▲ 종이신문보기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 김무성 전 대표, 최경환 의원이 24일 3자 회동을 통해 혁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과 차기 전당대회 개최를 위한 룰 개정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총선 이후 40일이 넘도록 지도부 없이 표류해온 새누리당이 수습의 계기를 마련했다. 특히 새누리당 친박(親朴)계의 핵심인 최 의원과 비박(非朴)계를 대표하는 김무성 전 대표가 전면에 등장해 당 정상화 방안에 뜻을 모음으로써 새누리당은 주류·비주류 간의 본격적인 당권(黨權) 경쟁에 접어들 전망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대로 가다간 공멸(共滅)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정 원내대표와 당내 양대 계파 실력자가 나서 극적 타협을 이끌어낸 것"이라고 했다. 세 사람은 이날 "계파 청산 방안을 마련해 조속히 시행한다"는 데도 뜻을 모았다.

이날 회동은 정 원내대표가 김 전 대표와 최 의원에게 제안해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조찬을 겸한 회동은 비대위 구성 방안과 차기 전당대회 문제 등을 놓고 1시간30분 동안 이어졌고, 김무성·최경환 두 사람은 따로 남아 이야기를 더 나눴다고 한다. 정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친박계가 강하게 반발한 자신의 '7인 비대위원' 인선안을 마련한 배경을 설명했고, 이에 대해 최 의원은 "오해가 풀렸다"는 뜻을 나타냈다고 한다. 김 전 대표도 "총선 패배 뒤 어려운 상황에서 정 원내대표가 당을 맡아 고생이 많다"면서 "힘을 보태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세 사람은 당 쇄신과 전당대회 준비를 동시에 맡는 혁신비대위를 구성한다는 데 합의했다. 비대위원장을 누가 맡을지를 놓고도 각자가 추천한 인물 5~6명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계가 추천한 박상증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과 김희옥 전 정부공직자윤리위원장, 비박계가 거론해온 김형오 전 국회의장, 또 김 전 대표가 추천한 김진현 전 과학기술처장관 등이 후보로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세 사람은 다만 "당 주류(친박)·비주류(비박)가 모두 동의하는 외부 인사를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한다"는 수준에서 뜻을 모으고, 구체적 인선에 대해선 당내 의견을 좀 더 모으기로 결정했다.

세 사람은 또 차기 전당대회를 늦어도 8월 중에 치르기로 했다. 또 그전에 현행 집단지도체제를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로 바꾸는 데 공감했다. 현행 9인 최고위원회의는 당대표와 다른 계파의 최고위원들이 반목을 거듭하면서 비효율적이란 지적이 많았다. 세 사람도 "더는 봉숭아학당 식의 최고위원회의는 안 된다"는 의견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는 당대표의 권한 강화가 핵심이다. 당대표를 중심으로 한 단일 대오가 만들어져야 내년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의견이 당내 다수파인 친박계는 물론 비박계에서도 적지 않았다. 다만 대선 주자급 인사들도 당을 살리는 데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당권·대권 분리 규정도 함께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 역시 만만치 않다.

세 사람이 이날 비대위 구성과 당헌 개정의 큰 틀에 잠정 합의하면서 당내 주요 당권 주자들도 본격적인 경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최경환 의원은 자신이 직접 당대표에 도전하기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서 비박계에서도 "친박 기득권 유지는 안 된다"며 당권 도전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총선 패배 후 칩거해온 김무성 전 대표가 대선 도전 준비에 본격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이날 회동에 대해 당 혁신을 강하게 요구해온 김세연·하태경 의원 등은 "당 실력자들의 밀실 합의"라며 반발해 향후 논란도 예상된다.

기고자 : 최경운
본문자수 : 1810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