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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7시 45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이 일본 나고야(名古屋)시 주부(中部) 국제공항 활주로에 내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여기서 헬기로 갈아타고 미에(三重)현 시마(志摩)시 앞바다 가시코지마(賢島) 섬으로 향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기 위해서였다.

오후 9시 30분에 시작된 정상회담은 1시간쯤 뒤에 끝났고, 두 정상은 기자들 앞에 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역 평화와 안전보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북핵의 위협에 맞서 억지력을 강화하자는 데 합의했다"며 북핵 문제를 언급했다. 이어 중국이 군사거점화를 시도하고 있는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항행의 자유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했다.

아베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이 현직 미국 대통령 중 처음으로 히로시마를 방문하는 데 감사드린다"면서 "핵을 사용한 유일한 국가(미국)와 핵 피해를 당한 유일한 국가(일본)의 정상으로서 원폭에 희생된 모든 시민들을 애도한다. (양국의 노력이) 핵 없는 세계를 만들어나가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일 정상회담은 당초 G7 정상회의 개막에 맞춰 26일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오바마 대통령 방일을 앞두고 오키나와현에서 미군 군무원의 일본인 여성 성폭행·살해사건이 발생해 하루 앞당겨졌다. 이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의 일본 도착 1시간 45분 만에 아베 총리와 정상회담이 열렸다. 양국 정상 기자회견도 절반 이상이 "미군 범죄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하는 데 할애됐다. 교도통신은 "오키나와 사건으로 미군 기지에 대한 반발이 확산되면,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통해 양국의 유대를 보여주려는 시나리오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방일에 앞서 베트남을 방문했다. 그는 23일 쩐다이꽝 베트남 국가주석과 만나 50여년간 계속돼온 무기 금수 조치를 전면 해제하고 "100년의 여정에 함께 나설 것"이라고 했다. 이어 25일 아베 총리와 마주 앉아 미·일 동맹 강화 방안과 남중국해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순방은 중국을 겨낭한 것이 아니다"고 했지만,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중국의 부상에 맞서, 과거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과 싸웠던 두 나라와 새로운 협력 관계를 단단하게 맺는 것이 이번 순방의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일본과 베트남은 과거 미국과 맞싸웠던 대표적인 아시아 국가지만, 지금은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과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 정부 외교소식통도 "오바마 대통령이 베트남과 일본을 한데 묶어 순방하는 것 자체가 무언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면서 "중국의 부상에 불안감을 느끼는 일본과 베트남이 미국을 중심으로 일종의 '스크럼'을 짜는 구도"라고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베트남에서 고엽제 피해를 언급한 데 이어, 오는 27일에는 히로시마를 방문해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헌화한다. 과거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것이다. 박철희 서울대 교수는 "(과거의 적국을 위로하는) 철학적인 평화주의가 아니라, 동맹 강화를 통해 지역 안정을 추구하는 극히 현실적인 평화주의"라고 했다. 봉영식 아산정책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이번 미·일 정상회담의 키워드는 '역사 화해'와 '미·일 동맹 업그레이드'이며 그 목적은 중국 견제"라며 "앞으로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 이슈는 물론 남중국해 문제 등 중국 관련 사안에서 일본과 비교되는 일이 자주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미·일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북한이 추가 도발할 경우, 더욱 강력한 대북 제재 조치를 함께 취해나간다는 데도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의지가 명확해야 다양한 형태의 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도 양국 의견이 일치한다.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은 "북핵 문제 대처를 위해서는 미·일의 협력 도출이 가장 중요하다"며 "미·일 관계의 진전을 부정적으로만 볼 게 아니라,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접목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두 정상은 현재 일본 등 12개국이 체결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조속한 비준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미국의 대통령 후보들이 TPP에 부정적이지만, 최근의 글로벌 경기 위축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회원국들이 조속하게 국내 비준을 거쳐 협정 전체의 효력 발생을 최대한 빨리 앞당기기로 할 것으로 전해졌다. 기고자 : 윤정호 김수혜 최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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