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2016년 미국 대선이 본선 개막도 하기 전에 진흙탕 선거가 되고 있다. 공화당 후보로 확정적인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겨냥해 '살인' 의혹까지 제기하며 네거티브 공세에 나섰다. 힐러리도 "미국을 파산시킬 사람"이라고 맞받아쳤다.

트럼프는 24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WP)와 가진 인터뷰에서 "힐러리 클린턴 부부의 최측근 인사인 빈센트 포스터 전 백악관 법률 고문이 1993년 자살한 사건이 수상쩍다"며 타살 의혹을 제기했다.

포스터 자살 사건은 1993년 7월에 일어났다. '업무 중압감에 따른 권총 자살'로 결론이 났지만 일부에서는 타살 의혹을 제기했다. 그가 백악관에서 '화이트워터 게이트' 관련 업무를 담당했는데, 누군가가 그의 입을 막기 위해 살해했다는 주장이었다. 화이트워터 게이트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아칸소주 주지사 시절 힐러리의 친구인 제임스 맥두걸 부부와 함께 부동산 개발 회사 '화이트워터'를 설립해 휴양 단지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기 및 직권 남용 의혹이다.

이 의혹은 1992년 일부 언론에 보도됐다가 이후 잠잠해졌는데, 주간 연예 잡지인 '내셔널 인콰이어러'가 작년 초 "클린턴 부부가 입을 막기 위해 살인 청부업자를 고용해 죽였거나 힐러리가 자살에 이르게 만들었을 것"이라며 살해설을 제기했다. 트럼프는 이 기사를 인용하면서 "살해 의혹을 주장하는 많은 이가 있다"고 쟁점화한 것이다.

트럼프는 전날인 23일에도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후아니타 브로드릭과 캐슬린 윌리 등 여성 2명의 육성이 담긴 동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브로드릭은 1978년 한 호텔에서 당시 아칸소주 법무장관이던 클린턴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고, 윌리는 클린턴 전 대통령이 1993년 백악관 집무실 쪽 복도에서 자신의 몸을 더듬었다고 했다.

트럼프는 WP 인터뷰에서 "힐러리 측이 나에 대해 매우 추잡한 이야기를 한다"며 "그들이 그렇게 하는 한 나도 할 수 있는 어떤 일이라도 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여성 편력, 여성 비하 행위 등을 보도한 뉴욕타임스 기사 등이 힐러리 쪽에서 나왔다는 주장이다.

힐러리 측은 이런 트럼프의 주장을 "어처구니없다"고 일축하면서 역공에 나섰다. 힐러리 선거캠프는 24일 콘퍼런스콜(전화 기자회견)에서 트럼프가 2006년 주택 시장 거품 붕괴,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이용해 돈을 벌었을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그를 '비정한 수전노'로 묘사했다. 힐러리 측은 "노동자 가족을 희생양 삼아 오로지 자신만을 위하는 인물이 트럼프"라고 했다. "트럼프가 세금 명세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뭔가 탈세한 것을 감추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도 몰아붙였다.

힐러리는 이미 트럼프에 대해 "군 통수권자가 되기에는 엄청나게 위험한 작자"라고 말한 적이 있다. 김정은의 리더십이 대단하다고 한 데 대해 "북한 독재자를 칭찬하는 사람은 미국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23일에는 서비스노조 연차총회에서 "트럼프는 자기 카지노를 파산시켰고, 이처럼 미국도 파산시킬 것"이라며 "미국에서 카지노로 손해 보는 사람이 누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트럼프의 '실패한 사업가'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의도였다. 트럼프는 1990년 뉴저지주 애틀랜틱시티에서 카지노 '트럼프 타지마할'을 열었다가 1년 만에 파산한 적이 있다. 그러면서 힐러리는 "지금 필요한 인물은 연단에 선 불량배(bully)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런 공방 탓인지 NBC가 24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와 힐러리는 '싫어한다(dislike)'는 응답이 각각 63%, 58%나 됐다.

[그래픽] 힐러리와 트럼프의 비난공세 기고자 : 윤정호
본문자수 : 1867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