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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퇴임 기자회견을 가진 정의화 국회의장이 지난 2월 정대철 국민의당 상임고문을 만나 "대선에 나가보려고 한다"며 도움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고문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지난 2월 정 의장과 따로 오찬을 했는데 그 자리에서 정 의장이 대선(大選) 도전 의사를 밝혔다"며 "나로서는 당혹스러워서 특별한 말을 하기가 어려웠다"고 했다. 정 고문은 "정 의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國政)에 문제가 많아 중도를 중심으로 정치가 재편돼야 하는데 저한테 새로운 계획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기에 내가 '당신 대통령에 대한 야심(野心)이 있구먼'이라고 했다"며 "그러자 정 의장이 '물론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대선 후보에 도전해보려고 하는데 도움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고 했다"고 전했다. 정 고문은 이어 "당시 정 의장은 지금 거론되는 싱크탱크 '새한국의 비전'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았지만 이미 정계 개편에 대한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며 "'새누리당에 들어가지 않을 작정'이라고도 했다"고 덧붙였다. 정 고문은 또 "너무 뜻밖의 얘기라서 그 자리에서 뭐라고 반응을 보이기 어려웠고 '잘해보라'는 말만 했을 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적도 없다"며 "그런데 최근 정 의장 측이 싱크탱크 창립을 앞두고 내가 참여하기로 했다는 식으로 얘기해 당황스럽고 이제 (싱크탱크 참여자 명단에서) 내 이름을 빼줬으면 한다"고 했다.

이처럼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 의장이 26일 출범하는 싱크탱크를 기반으로 신당 창당과 본인의 대선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 의장은 이날 퇴임 기자회견에서 대선 도전 가능성을 묻는 말에 "저는 여러 가지로 부족하기 때문에 '지불가만(志不可滿)'이란 말로 대체하겠다"고 했다. '지불가만'은 마음속에 바라는 바를 남김없이 채워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정 고문의 말대로라면 19대 국회가 긴박하게 진행되고 있던 지난 2월 정 의장은 이미 대선 출마 계획을 마음속에 담고 주변 정치인들을 만나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정치적 중립이 중요한 국회의장이 재임 시부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사람들을 만났다면 잘못된 것"이라며 "역대 의장들이 임기를 끝내고 은퇴하는 관행을 세웠던 이유도 재임 시 정치적인 사리(私利)에 매이지 않고 국회를 끌고 가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이었다"고 했다.

2월 전후에는 선거구 획정안이 담긴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않는 상황에서 국회선진화법 개정 논란이 벌어졌으며, 테러방지법 본회의 통과를 막기 위한 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까지 이어지면서 국회가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었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본지 통화에서 "정 의장 행보에 대해 뭐라고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국회의장을 지낸 사람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퇴임 이후에도 매우 신중하게 처신해야 한다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했다.

그러나 정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협치와 연대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정치가 필요하며 무능한 정치를 유능한 정치로 바꿔야 한다"면서 "이제 국회를 떠나지만 새로운 정치 질서를 열어나가는 길에 작은 밀알이 되고자 한다"고 했다. 이어 "국민 중심의 정치 혁신에 동의하는 훌륭한 분들과 손잡고 정치에 새로운 희망을 만들 수 있는 '빅텐트'를 펼치겠다"고 했다. 새로운 정치 세력 만들기를 주도하겠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는 말이었다. 그는 '야당과 정치적 뜻을 함께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직 아기가 만들어지지도 않았고, 태어나지도 않은 아기의 이름을 정할 수는 없다"면서 가능성을 열어둔 듯한 말을 했다.

또 국회의장은 퇴임 후 자동으로 이전 소속 정당에 복당하도록 돼 있지만 정 의장은 새누리당 복당 여부에 대해 "당이 정말 대오 각성하지 않는다면 자동 입당이 된다고 해도 탈당할 수 있다"고 했다.

정 의장은 이날 상시(常時) 청문회를 가능하게 하는 국회법 개정안 논란에 대해 "국민의 편에 서서 올바르게 일하라고 만든 법을 행정부가 '귀찮다' '바쁘다'는 이유로 반발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들은 "국회의 권리를 존중받고 싶다면 헌법상 명시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도 당연한 민주 헌정 질서상의 권리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본인이 제안한 법이라고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 같다"고 했다.

기고자 : 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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