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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과 반 총장 측 관계자 20여명이 모인 간담회에서 반 총장은 30여분가량 모두 발언을 했다. 지난 10년간 유엔 사무총장으로 일하는 동안의 공(功)을 강조한 긴 소회였는데, 참석자들은 "통상적인 소회를 밝히는 수준이 아니었다"고 했다. 반 총장은 "10년을 마라톤을 100미터 뛰듯 했는데 역대 어떤 사무총장도 저보다 열심히 한 사람은 없었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그는 미리 준비한 프린트된 한글 문서를 들고 참고하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중요한 부분에는 빨간 줄이 그어져 있었다.
당초 비공개를 전제로 했던 질의응답 시간에 반 총장은 "그냥 일반적으로 말하겠다"며 더욱 강도 높은 발언을 내놓았다. "내년 1월 1일이면 한국 사람이 된다.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는 그때(임기 종료 후) 가서 고민, 결심하고 필요하면 조언을 구할 수도 있다"는 발언은 한참 질의응답이 오가며 분위기가 고조된 상태에서 나왔다.
반 총장은 국내 정치와 관련해 "내부에서 여러 가지 분열된 모습 보여주는 것이 해외에 보도되는 모습을 보면서 약간 창피하게 느낄 때가 많다"며 "정치 지도자들이 국가 통합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국내 정치가) 아주 좁은 커뮤니티 인터레스트(community interest·집단 이해관계)나, 파티 인터레스트(party interest·당파 이익) 등을 갖고 하는데 이건 정치가 아니라 정쟁"이라며 "이런 것을 지양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세계가 막 돌아가는데 (의원들) 지역구가 뭐가 중요하냐"고도 했다. 그는 '반기문 대망론'에 대해 "자랑스럽고 고맙게 생각한다"고 했고 방북 문제는 "기회가 되면 계속 노력하겠다"고 했다.
반 총장은 "초등학교 때부터 아파서 결석한 적이 없다"며 자신의 나이와 건강에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반 총장은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자신의 성과를 부정적으로 보도한 데 대해 "유엔 사무총장은 (국제정치의) 희생양"이라며 미얀마 민주화, 이란 핵협상 타결 등에서 자신의 기여를 강조하기도 했다.
또 과거 미국 유학 시절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향을 상부에 보고했다는 논란에 대해서는 "기가 막히다"며 "흠집을 내려는 건데 제 인격을 비춰서 보면 말도 안 된다"고 했다. '올해 72세로 고령 아니냐'는 지적에 "미국 대통령 나온 사람들이 민주당은 전부 70대"라고 했다. 국내에서 제기된 신상 관련 의혹에 적극 해명하고 나선 것이다. 한 참석자는 이날 반 총장 간담회에 대해 "뜻밖에 기대를 훨씬 웃도는 발언에 질문하는 사람들이 놀랄 정도였다"며 "작심하고 나온 분위기였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1년 만에 고국을 찾은 반 총장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이날 제주도를 시작으로 서울·일산·안동·경주를 6일간 차례로 방문하는 반 총장의 일정엔 다수의 여권(與圈) 정치인들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포럼에 참석해 "나라가 어려울 때 충청 출신들이 먼저 떨치고 일어난 사례가 많지 않으냐"며 "지금은 나라가 어렵다"고 했다. 정 원내대표는 대표적 충청권 인사로, 반 총장을 중심으로 한 '충청 대망론'을 주장해왔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인 나경원 의원도 "반 총장의 경험과 능력을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 쓰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이날 포럼엔 새누리당 홍문표 사무총장 대행과 이재영 의원도 참석했다.
반 총장이 관훈클럽 간담회 일정을 소화한 뒤 처음 만난 사람은 역시 여권 정치인인 원희룡 제주도지사였다. 만찬장에 뒤늦게 온 반 총장을 원 지사가 손을 맞잡으며 이끌었다. 반 총장이 만찬장에 들어서자 참석자들의 휴대전화 카메라 세례가 쏟아졌다. 일부 참석자들은 기립 박수를 쳤다.
기고자 : 양승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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