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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을 위한 전문가 자문회의가 25일부터 사흘간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리고 있다. 이 회의는 지난해 6월부터 신공항 입지 선정과 관련한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ADPi)이 주관한다. 현재 동남권 신공항을 놓고 부산시 강서구의 '가덕도'를 주장하는 부산시와, 경남 밀양을 후보지로 밀고 있는 대구·울산·경북·경남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번 전문가 자문회의는 25일 부산시 관계자와 전문가, 26일 대구·울산·경북·경남 측 관계자와 전문가들을 차례로 불러 의견을 듣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회의 순서에 맞춰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을 각각 지지하는 의견들을 26일자와 27일자에 나눠 싣는다.

공항 건설 컨설팅업체인 영국 에이럽(ARUP)사의 저스틴 파월(Justin Powll)씨는 부산시가 지난해 발주한 '부산 신공항 운영 및 입지분석 연구'를 맡은 책임자다. 에이럽사는 일본 간사이국제공항, 영국 히스로국제공항 5터미널, 중국 베이징국제공항 3터미널, 미국 JFK국제공항 5터미널, 중국 쿤밍 창수이국제공항 등의 건설·자문을 맡은 컨설팅업체다.

파월 연구원은 지난 22일 방한했다. 파월 연구원은 부산시 용역을 맡았던 인물인 만큼 신공항이 가덕도로 가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는 23일 본지 인터뷰에서 "공항 입지는 해안이냐, 내륙이냐만으로 우월성을 단정할 수 없고 해당 지역의 특성과 상황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며 "한국처럼 산이 많고 내륙에 시가지(市街地)화가 많이 진행된 경우, 소음과 안전 문제 등을 고려해 해안에 공항을 짓는 게 세계적 추세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그는 동남권 신공항 건설 필요성에 대해 "인천공항과 함께 (영남권에) 두 번째 국제 관문을 확보하게 되면 국가 간 인적·물적 교류가 늘고 관광과 비즈니스 수요 확대 등의 기회가 새로 생겨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항 건설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장기적 관점에서의 수용 능력"이라고 했다. 이 부분에서 부산 가덕도가 경남 밀양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게 에이럽사의 분석. 그는 "가덕도는 활주로 1개에 연간 3040만명 항공 이용객을 수용할 수 있는 것으로 예측됐고, 활주로를 2개로 늘릴 경우 많게는 6080만명, 적게는 456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며 "밀양은 활주로 1개에 2190만명, 공간적 제약으로 활주로를 2개로 늘려도 4390만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가덕도의 수용 능력이 밀양보다 50%가량 크다는 얘기다.

파월 연구원은 신공항 입지의 또 다른 주요 기준인 안전성에 대해서도 "해안인 가덕도의 경우 산이나 장애물이 없어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고 소음 피해를 입는 곳이 거의 없어 24시간 운영이 가능하다"며 "그러나 밀양과 같이 산이 많은 내륙은 활주로, 진입로, 선회공간 등 비행에 필요한 공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없어 안전성, 소음 피해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밀양의 경우 27개의 산을 깎아낸 뒤 그 흙을 다른 곳으로 운반해야 하고, 활주로가 들어설 평지부의 지반을 17m가량 높여야 하기 때문에 공사 난도가 높고 공사 비용과 시간의 증가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파월 연구원은 가덕도에 신공항을 지을 경우 난제로 지적되는 수심 12~14m의 해안 매립에 대해 "이미 부산 신항 건설을 통해 필요한 기술을 확보하고 있을 것이고, 또한 세계적으로 해안 공항을 건설한 사례가 많기 때문에 가덕도가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 "부산시의 의뢰로 해외 전문가 12명, 한국 전문가 6명을 대상으로 소음 피해, 접근성, 장애물, 경제 타당성, 지형, 기후 조건 등 9개 항목에 대한 신공항 입지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100점 만점에 가덕도가 72점, 밀양이 42점을 받았다"며 "장애물과 소음 피해 항목에서 가덕도가 절대적으로 우위를 보였다"고 소개했다.

[그래픽] 밀양 신공항·김해국제공항·가덕도 신공항 위치도

[그래픽] 가덕도 신공항 사업 개요 / 동남권 신공항 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