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검색목록 > 기사상세보기
타이틀

[데스크에서] '막말' 정치의 증폭

    신동흔

    발행일 : 2016.05.27 / 여론/독자 A34 면

    종이신문보기
    ▲ 종이신문보기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같은 막말 정치인들이 나라마다 인기다. 경제 양극화와 오랜 경기 침체에 지친 유권자들이 분노와 증오, 편 가르기를 조장하는 이들의 언사에 귀를 기울인다. 전에는 극단주의적 목소리가 주류(主流) 미디어를 통해 걸러져 주목받기 힘들었지만, 요즘은 곧장 유권자들의 눈과 귀를 잡아끈다. 유튜브에서 '트럼프'로 검색하면 조회 수 수십만~수백만에 달하는 '막말 영상'이 뜬다. 활자화되어 찍힌 기사나 연설문, 편집된 TV 뉴스가 아니라 '날 것' 그대로의 음성과 영상이 SNS를 타고 퍼져 나간다. 특히 기존의 대중 매체와 달리 스마트폰은 워싱턴이나 아마존 밀림지대, 대도시 빈민가를 가리지 않고 들어갈 수 있는 막강한 전파 수단이다.

    어느 시대나 정치인들은 최첨단 미디어를 앞장서 활용하고 그 수혜자가 된다. 트위터의 최대 수혜자는 8년 전 당선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었다. 그 어느 신문, 인터넷 매체보다 오바마가 직접 날리는 트위터 한 줄에 유권자들은 열광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도 마찬가지다. '잘생긴' 케네디 대통령은 미국 최초로 도입된 TV 대선 토론의 수혜자였고, 그보다 좀 더 과거인 20세기 초 독일의 히틀러는 확성기와 라디오를 통해 '총통의 소리'를 국민에게 직접 전했다. 라디오를 통해 증폭된 히틀러의 음성은 시·공간적 거리를 뛰어넘어 독일 국민 전체에 전파됐다. 1934년 나치 전당대회가 열린 뉘른베르크에서의 연설처럼 한 번에 10만명 이상에게 목소리를 들려준 정치 지도자는 히틀러 이전엔 없었다. 그에 대한 대중의 열광이 어떤 결과를 빚었는지는 우리도 잘 알고 있다. 최근 미국 언론의 보도에선 트럼프의 유세가 나치 행사를 연상시킨다는 지적도 있었다.

    미국 신문 대부분이 대통령감으로 부적절하다고 하는데도 일반 국민의 트럼프 지지도가 높은 것을 보면 트럼프 지지자들은 신문을 읽지 않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실제로 외국에선 사람들이 긴 글을 읽지 않아 '디지털 문맹'이 심해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스마트폰의 글은 종이에 인쇄된 글보다 30%가량 읽기 속도가 느리고, 화면의 광원이 시각을 자극해 집중도를 떨어뜨린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미국의 온라인 행동 분석 업체 '차트비트'에선 SNS로 기사를 공유하는 행위와 실제 기사를 읽는 것은 관련이 없다는 분석을 내기도 했다.

    인류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양의 텍스트를 생산하는데 정작 읽는 양은 줄고 있다. 진득하게 앉아 읽고 생각하는 시간도 줄어들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브라질과 필리핀 등에서 선동형 정치인이 동시에 나타난 것은 이런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한국도 최근 유튜브를 통해 수많은 '1인 방송'이 탄생했고, 이를 통해 큰 수익을 올리는 사람들까지 등장했다. 다음 대선에선 이를 정치적으로 활용해 한몫 잡는 사람도 나올 것이다. 우리라고 막말 정치인이 나타나 대중을 현혹하지 않으리라 자신할 수 없다.

    기고자 : 신동흔
    본문자수 : 1462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
    인쇄 라인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