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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헌재 '선진화법' 却下, '식물국회' 한국病으로 굳어지나

    발행일 : 2016.05.27 / 여론/독자 A35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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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재판소가 26일 일명 '국회선진화법(개정국회법)'의 핵심 내용이 개별 국회의원의 표결·심사 권한을 침해하고 있으며, 그 근거가 되는 일부 조항은 위헌이라며 제기된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각하(却下)했다. 이 청구는 작년 1월 새누리당 의원 19명이 제기했다. 헌재가 판단하기에 따라서는 선진화법이 개정될 수도 있었지만 결국 다른 결정이 나왔다.

    4년 전 총선 직후이자 대선을 몇 개월 앞둔 2012년 5월 만들어진 선진화법은 본회의·상임위 모두에서 60% 이상의 찬성이 없으면 어떤 법률안도 통과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선진화법의 이런 핵심 조항들이 소수 야당이 법안을 무한정 잡아놓게 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결국 민주주의의 다수결 원칙까지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헌재는 그러나 선진화법 핵심 조항들의 위헌성 등 결정적 부분에 대해서는 판단을 하지 않았다. '60% 조항'에 대해서도 "위헌이 되더라도… (다른 조항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같은 애매한 표현으로 피해갔다. 헌재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1년 4개월이라는 시간을 끌어 이런 결과가 나왔다면 결국 정치권 눈치를 보다가 누구로부터도 욕먹지 않을 결정을 내렸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선진화법은 해머까지 동원된 몸싸움이 벌어지고 최루탄까지 등장한 18대 폭력 국회의 산물이었다. 법을 개정하던 당시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법을 19대 국회 4년간 적용해본 결과 우리 국회는 대화와 타협을 해가면서도 민생 법안을 제때에 통과시킬 능력이 없다는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났다. 총선에서 과반(過半) 의석을 차지한 다수당조차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고 오히려 소수당 허락 없이는 단 1개의 법안도 통과시키지 못했다. 여야가 갑자기 개과천선할 이유가 없는 이상 20대 국회도 식물 상태를 면치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날 헌재 결정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존중'하겠다고 했고 국민의당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했다. 총선 전에는 선진화법 개정에 반대하다 총선에서 승리하자 개정해야 한다고 하더니 또 표변했다. 선진화법 개정 문제에 대해서는 대의(代議)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 외에는 다른 잣대가 있어서는 안 된다. 이대로 가면 식물국회가 고질적인 한국병(病)으로 굳어진다. 헌재가 아니라 국회 스스로 바로잡아야 한다. 18대 격돌 국회와 19대 무기력 국회의 경험을 살려 과반 표결로 돌아가되 몸싸움이 재연되지 않는 방안을 찾으면 된다. 과반수 정당도 없고 다음 대선에서 누가 이길지 미지수인 지금이야말로 잘못을 되돌릴 절호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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