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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선생님] [음악이야기] 제창과 합창

여럿이 같은 가락 부르면 '제창', 화음 맞춰야 '합창'
    김성현 김지연

    발행일 : 2016.05.27 / 특집 A3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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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국가보훈처가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齊唱)하지 않고 합창(合唱)하겠다는 결정을 했어요. 이 결정을 두고 기념행사에서 노래를 부를 때 제창과 합창 중 어떤 방식이 옳은지 논란이 됐어요. 여러 사람이 노래를 부르는 형태인 제창과 합창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이번에 불거진 논란에서 제창은 5·18 기념식에 참석한 모든 사람이 한 명도 빠짐없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러야 한다는 의미로 사용됐어요. 국가보훈처는 기념식장에서 희망하는 참석자만 부른다는 의미로 합창 방식을 고수하기로 했고요.

    하지만 음악에서 합창이란 무대에 있는 합창단이 음역의 높낮이를 나눈 뒤 화음을 맞춰 노래를 부르는 것이에요. 10명 내외의 사람이 노래하는 소규모 합창인 중창(重唱), 초청받은 성악가 1명이 대표로 나가서 노래를 부르는 독창(獨唱) 등도 있어요. 아주 먼 옛날 여러 사람이 모여 노래를 부르다 제창과 합창 방식이 발전한 거래요. 오늘은 음악적 의미로 합창과 제창의 유래와 역사를 알아봐요. 과연 옛날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 노래를 불렀을까요?

    중세 유럽의 그레고리오 성가에서 시작돼

    먼 옛날 사람들은 한 가지 선율로 제창을 했대요. 9세기 말 중세 유럽 성당에서 여러 사람이 무반주로 부르던 가톨릭 종교 음악 '그레고리오 성가(Gregorian chant)'가 대표적이에요. 이 노래는 단 한 가지 선율로 구성되기 때문에 처음 들을 때는 약간 심심하고 긴장감이 부족하다는 인상이 들기도 하죠. 하지만 이 그레고리오 성가를 시작으로 여러 사람이 함께 부르는 음악 문화가 발전하기 시작한 거래요. 그래서 음악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그레고리오 성가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지요.

    그런데 왜 이 음악 이름이 그레고리오 성가일까요? 6~7세기 이탈리아 로마에서 살았던 교황 그레고리우스 1세(540~604)가 직접 작곡했다는 설도 있고, 그의 업적을 기념하기 위해서 붙인 제목이라고도 해요.

    교황 그레고리우스 1세는 아주 똑똑하고 글재주가 뛰어났대요. 그는 유럽의 각 지방에 다양한 형태로 구전되는 가톨릭 성가를 정리하는 업적을 세웠지요. 그래서 죽은 후에는 '음악가의 수호성인(守護聖人)'이라고 불리었어요. 하지만 그레고리우스 1세 시대까지만 해도 음을 기록하는 방법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악보 기록법이 발달한 이후에야 유럽에서 구전되던 음악을 악보에 옮긴 뒤 그레고리오 성가라고 불렀던 거지요.

    여러 가지 멜로디가 등장하는 합창은 중세 유럽인들이 이후 성가를 부를 때 편의상 음의 높낮이를 나누면서 시작됐어요. 당시 성가대 단원 중에는 어른도 있고 어린이도 있었어요. 목소리의 높낮이가 다른 어른과 어린이가 동일한 가락으로 성가를 노래하는 것은 매우 불편했죠. 그래서 초기 합창은 성가의 원래 가락에 높은 멜로디나 낮은 멜로디를 하나만 덧붙여 불러서 매우 소박하고 단순한 형태였지요. 심지어 높은 음역과 낮은 음역대가 서로 교차하는 것도 드물었어요.

    그러다 11세기부터 점차 화려하고 다양한 합창 기법이 등장했어요. 두 가지에 불과했던 파트도 더욱 세분화했어요.

    음역대가 다양하게 나뉘자 우리가 듣는 노래는 화려하게 발전했어요. 합창단원들의 목소리는 높낮이가 모두 달라요. 여자의 경우 높은 음역에서 낮은 음역 순서대로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알토 등으로 파트가 나뉘어요. 남자 파트는 테너, 바리톤, 베이스로 구성돼요.

    우리나라에서 널리 알려진 합창단으로는 국립합창단, 서울시합창단, 서울모테트합창단, 각 시·도립합창단 등이 있어요. 한 가지 성별의 단원으로만 구성된 합창단도 있어요.이 합창단들은 여성과 남성의 목소리가 지닌 장점을 극대화해요. 세계의 어린이 합창단으로는 독일의 드레스덴 성십자가 합창단, 라이프치히 성 토마스 교회 합창단, 오스트리아의 빈 소년 합창단이 유명하지요.

    다른 나라에서는 왜 제창 거부했을까?

    다른 나라에서는 기념식에 노래를 제창하는 것이 논란이 된 적이 있을까요? 지난해 5월 일본 도쿄 고등법원은 '기미가요' 제창을 거부했다고 징계를 받았던 교사에게 도쿄 교육위원회가 30만엔(우리 돈 약 323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어요. 이 교사는 일본 도쿄 장애 아동이 다니는 특별지원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는데, 졸업식에서 기미가요 제창을 거부했다고 해요. 일본의 국가로 지정된 노래인 기미가요는 세계 2차 대전에 책임이 있는 일본 왕실을 찬미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요. 그래서 일본인 중에는 양심에 따라 기미가요가 나올 때 침묵하며 따라 부르지 않는 사람도 있답니다.

    프랑스의 국가 '라 마르세예즈'는 프랑스 혁명 시기의 강한 애국심을 담고 있는 노래예요. 그러다 보니 '적들의 피로 조국의 밭고랑을 적시자'는 과격한 내용도 담겨 있지요. 때로는 프랑스 내부에서도 가사를 바꾸자는 논란이 종종 일어난답니다. 또한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알제리에서도 이 노래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요. 알제리계 프랑스인이자 축구선수 출신으로 레알 마드리드 감독인 지네딘 지단은 1998년 월드컵에서 프랑스 국가인 '라 마르세예즈' 제창을 거부했다가 일부 프랑스인에게 비난을 받았어요. 이처럼 여러 나라 사람들이 제창을 거부한 사례에는 이런 배경들이 있답니다.

    감수=장일범 음악평론가

    ♣ 바로잡습니다
    ▲5월 27일 자 A30면 '음악 이야기-제창과 합창'에서 '기부'를 '거부'로 바로잡습니다.
    기고자 : 김성현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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