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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재활용 반찬

    강인선

    발행일 : 2016.05.27 / 여론/독자 A3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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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이름난 전통 음식점 '센바킷초(船場吉兆)' 주인이 2008년 "변명 여지가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한 사람 밥값이 40만원인 이 식당은 한번 상에 올렸던 생선구이를 다시 구워 냈다. 먹다 남은 생선회를 모둠회로 둔갑시켜 다른 상에 올렸다가 종업원 고발로 들통났다. 주인은 '못타이나이(아깝다) 정신'에 따라 음식을 재활용했다고 고백했다. 세계 정상들이 일본을 방문할 때 전통 요리를 맡을 만큼 인정받던 이 식당은 결국 문을 닫았다.

    ▶한식을 좋아하는 어느 미국 관리는 워싱턴 한식당에 갈 때면 비빔밥이나 갈비탕을 시켰다. 하지만 반찬에는 젓가락을 대지 않았다. "주문하지도 않았는데 그냥 주는 게 이상하다"고 했다. 그는 "반찬 주지 말고 그 값만큼 음식값에서 빼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식탁을 풍성하게 해주는 반찬을 그는 '불필요한 비용 유발 요인'으로 봤다.

    ▶요즘 식당에서 반찬을 잘 안 먹는다는 사람들이 있다. 다시 쓰는 게 아닌지 찜찜해서다. 인터넷엔 괴담이 넘친다. '고깃집에서 먹다 남은 쌈장을 종업원이 들고 가 반찬통에 모으는 걸 봤다' '이빨 자국 있는 깍두기가 나왔다'…. 어떤 주부는 남은 반찬을 한 그릇에 모은다. 그걸 보고 종업원이 얼굴을 찌푸리면 반찬 재활용 식당, '내가 할 일 대신해줘 고맙다'는 표정이면 재활용 안 하는 식당이다. 종업원이 식탁 치울 때 반찬 섞이지 않게 그릇들을 조심해 챙기면 재활용 식당, 마구 뒤섞으면 재활용 식당이 아니라는 판별법도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초·중·고교 급식 비리를 감사해 영양 균형이 맞지 않거나 반찬을 다시 쓴 학교들을 적발했다. 멸치볶음을 비롯한 밑반찬을 며칠 뒤 재사용하거나 점심 때 쓴 양념을 저녁 때 다시 쓰는 식이었다. 이 학교 영양사는 "한번 공기에 노출된 거라 위생에 문제가 있다고 했지만 묵살당했다"고 했다. 학교 측은 그런 일 없었다고 했다. 시중의 반찬 재활용 식당만큼은 아니어도 여전히 학교 급식 위생에 문제가 있는 것은 부인하지 못 할 것이다.

    ▶중학생 때 수련회를 갔는데 숙소에서 첫날은 콩나물국, 둘째 날은 콩나물 섞인 미역국, 셋째 날엔 콩나물과 미역이 조금씩 들어간 김칫국이 나왔다. 사흘 재료가 다 담긴 국 앞에서 다들 할 말을 잃었다. 그때에 비하면 요즘 학교 급식은 놀라운 수준으로 발전했다. 엄마들이 식재료 관리부터 조리·배식까지 감시하는 학교도 있다. 그래도 식중독이 종종 발생한다. 작년엔 오염된 계란찜과 대장균 샐러드가 문제였다. 학교 급식에서 맛까지는 몰라도 영양과 위생은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

    기고자 : 강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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