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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누비는 경유버스(관광·통근버스) 3800대, 미세 먼지 '또다른 폭탄'

압축천연가스 버스보다 오염물질 3배이상 내뿜어
    손장훈

    발행일 : 2016.05.27 / 종합 A1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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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동 꺼놓으면 덥거든요. 에어컨 틀어놔야 해서요."

    초미세 먼지가 하늘을 뒤덮었던 26일 서울 경복궁역 근처 도로엔 시꺼먼 매연을 내뿜는 관광버스가 서너 대씩 줄지어 길가에 주차되어 있었다. 일부 기사는 30분 넘게 차량을 공회전시켜 놓곤 밖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점심을 먹으러 간 중국인 관광객을 기다렸다. 기사 박모(45)씨는 "초여름부턴 손님들 때문에라도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비슷한 풍경은 해외 단체 관광객이 몰리는 광화문 면세점과 명동 근처에서도 연출됐다. 이 차들은 모두 CNG(압축 천연가스) 시내버스보다 질소산화물을 3배 이상 내뿜는 경유 버스였다. 입을 손으로 막고 버스 옆을 지나던 직장인 최모(34)씨는 "공기를 깨끗하게 만들려면 저런 관광버스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시내·마을버스와 달리 시동을 끄지 않고 공회전하면서 승객을 기다리는 일이 잦은 경유 관광버스는 최근 대기 질 악화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김정수 교통환경연구소장은 "공회전하고 있으면 주행할 때보다 연료의 불완전 연소 비율이 높고, 에어컨을 켜면 연료 사용이 늘어 오염 물질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 4월엔 서울 시내 관광버스의 주요 상습 불법 주정차 지역 10곳의 대기오염도가 WHO(세계보건기구)의 권장 기준(40ppb)을 넘겼다는 환경연합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현재 서울시에는 이렇게 관광·통근용으로 쓰이는 경유 전세 버스가 3809대 등록돼 있다. 마을버스를 포함한 서울시 전체 등록 경유 버스(4197대)의 91%에 이른다. 해외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지난해까지 등록 대수가 매년 수백 대씩 꾸준히 늘었다. 경유 전세 버스 수천 대가 도심을 누빔에 따라, 10년 넘게 차량 구매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경유 시내·마을버스를 CNG 차량으로 바꿨던 서울시의 대기 질 개선 사업에도 비상등이 켜진 셈이다.

    오염 물질을 내뿜는다는 눈총을 받으면서도 전세 버스 업체들이 경유 버스를 사서 쓰는 가장 큰 이유는 CNG 버스의 연료 충전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구매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전환을 유도했는데도 CNG 버스를 사겠다고 한 전세 버스 업체는 2~3군데에 불과했다. 현재 이용 가능한 서울의 CNG 충전소는 16곳으로 대부분 시 외곽의 시내버스 차고지 안에 있다. 노선 운행을 마치고 차고지로 돌아가는 시내버스와 달리 주로 도심에서 움직이는 전세 버스는 연료가 떨어지면 따로 한 시간 이상씩 이동해야 충전할 수 있다. 서울전세버스운송사업연합 관계자는 "충전소에 힘들게 가도 먼저 대기하는 시내버스가 줄지어 있어 충전하는 데 1~2시간씩 걸리기도 한다"고 했다.

    이런 불만에 서울시는 앞으로 구매 보조금 지급과 함께 전세 버스 차고지에 CNG 충전소를 마련해 전세 버스 업체의 CNG 차량 도입을 유도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용 불편만 해소한다면 전세 버스 업체들로서는 연료비 경제성 측면에서 CNG가 경유보다 나을 수 있기 때문에 보급 사업이 확대될 수 있다"며 "이렇게 4000대에 가까운 경유 전세 버스의 CNG 전환 추진 계획은 다음 달 초 발표될 환경부의 미세먼지 대책에도 포함될 것"이라고 했다. 전세 버스는 대중교통 수단이 아닌 영업용 차량이라 정부의 유류 보조금(L당 380원)을 받지 못한다. 유류 보조금을 감안하지 않은 최근 경유의 공급가는 L당 976.75원으로 CNG(709.75원)보다 비싸다.

    [그래픽] 서울시 버스 연료별 현황

    [그래픽] 수도권 초미세 먼지(PM2.5) 어디에서 발생하나 / 국내 배출원 세부 분석 / 26일 전국 초미세 먼지(PM2.5) 농도
    기고자 : 손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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