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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성룡 마케팅'

반기문, 연일 '국민통합·국난극복' 역설 대선출마 시사… 29일 안동 류성룡 古宅으로
    최경운

    발행일 : 2016.05.27 / 종합 A3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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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한 중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9일 경북 안동의 하회(河回)마을을 찾는다. 하회마을은 임진왜란 때 영의정을 지낸 서애(西厓) 류성룡(柳成龍) 선생의 고향이다. 류성룡은 영남 지역에서 역사적 상징성을 갖는 인물이고 반 총장이 짧은 일정 동안 굳이 경북을 방문지로 정했다는 점에서 '충청+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한 대선 구상을 보여주고자 하는 일정이란 해석도 나온다.

    반 총장은 특히 이번 방문에서 류성룡 선생의 고택(古宅)인 충효당에서 류 선생의 종손들과 점심을 함께 하고 충효당 주변에 주목 기념식수(植樹)도 한다. 공식 일정으로 빡빡한 방한 기간(5월 25~30일)에 시간을 내 류성룡 고택을 찾는 반 총장을 정치권에선 예사롭지 않게 보고 있다. 반 총장은 김관용 경북지사가 방문을 요청한 안동의 도산서원과 하회마을 등 몇 개 후보지를 놓고 하회를 최종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방한 첫날인 지난 25일 차기 대선 출마를 시사하는 발언을 한 반 총장이 임진왜란의 위기를 극복한 류성룡의 리더십을 모델로 해서 내년 대선에 나서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 여권(與圈) 관계자는 "류성룡은 이순신이 한산대첩을 거두자 선조에게 올린 상소문에서 '국가재조지운(國家再造之運·나라를 다시 만들 때가 되었다)'을 거론했다"며 "반 총장이 '나라를 다시 만들자'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통일과 국민 통합을 내걸고 내년 대선에 뛰어드는 문제를 고민하는 것으로 안다"고도 했다.

    반 총장은 전날 관훈클럽 초청 토론에 이어 26일 제주포럼 기조연설에서도 "국가 통합은 정치 지도자들의 뜻만 있으면 가능하다"며 통합과 위기 극복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반 총장의 이런 발언은 '국난 극복'과 '국민 통합'의 지도자로 평가받는 류성룡의 리더십과 정확히 맞물린다. 류성룡은 임진왜란 7년 중 5년 동안 영의정과 4도 도체찰사를 맡아 왜(倭)에 맞서 명(明)나라 군대의 참전을 이끌어내고 이순신 장군을 발탁해 조선을 지킨 명재상이다. 식량이 고갈된 나라에서 군량(軍糧)을 조달하고 민심을 추슬렀다. 또 그는 당시 패권 국가인 명과 왜가 전쟁 와중에 4년에 걸쳐 물밑 강화 협상을 통해 조선 분할 문제를 논의할 때 이를 저지한 외교관이기도 하다.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는 '위대한 만남 서애 류성룡'이란 책에서 '류성룡은 패권 국가 앞에서 한국이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를 보여주고 국민 통합을 이끌어낸 리더'라고 평가했다.

    전직 외교부 관계자는 "반 총장은 북한 문제와 중국·일본·러시아 등에 둘러싸인 한반도의 상황이 임진왜란 때의 국제 정세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반 총장이 이번 방한에서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국제 분쟁 조정 경험과 북한과의 대화 채널을 가진 점을 강조한 것도 한반도 분단 해결의 적임자임을 내보인 것이란 시각이 많다. 그가 전날 "누군가 대통합 선언을 하고 나와 솔선수범하고 모든 것을 버리고, 국가 통합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겠다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고 한 것도 동인·서인으로 갈려 분열을 거듭한 조선 조정을 질타한 류성룡의 생각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 총장이 방문지로 안동을 선택한 것에 대해 정치권에선 "지역적 고려가 작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 많다. 형식적으로는 오는 30일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유엔 NGO 콘퍼런스에 참석하는 반 총장에게 김관용 경북지사가 요청해 이뤄지게 됐다. 하지만 전국 각지에서 방문을 요청한 가운데 굳이 경북을 선택하고 이틀간 방문하는 것은 정치적인 계산이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충청 지역에서 절대적인 기대를 받는 반 총장이 영남 지역의 후원을 업을 수 있다면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있다. 그러나 반 총장 측은 "영호남을 나눠서 생각하는 기존 정치권 생각에 반 총장은 동의하지 않는다"며 "설사 대선에 나서더라도 지역적인 계산보다는 국민 통합적 관점에서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애(西厓) 류성룡(柳成龍·1542~1607)

    조선 중기 학자이자 정치가. 임진왜란 6년 7개월 중 5년간 정무와 군무를 겸직하는 전시(戰時) 수상(영의정)과 4도 도체찰사(都體察使)직을 맡아 전쟁을 이끌었다. 북인의 탄핵으로 관직에서 물러난 뒤 복권됐으나 선조의 부름에 응하지 않고 경북 안동에서 임진왜란을 기록한 징비록(懲毖錄)을 썼다. 그는 징비록에서 국난 극복의 핵심 요인으로 정치 리더십과 국민의 단합, 외교력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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