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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벤스(1577~1640)는 훌륭한 예술가이자, 동시에 뛰어난 사업가였다고 합니다. 그의 조수가 안트베르펜에 있는 작업실에서 작업하는 동안, 루벤스는 유럽 귀족의 화려한 성을 방문했다죠. 이렇게 말하면서요. "체면을 유지하고 싶다면, 거대한 바로크 그림을 당신의 홀에 걸어두어야 합니다." 미술 방문판매의 원조였다고나 할까요.

윌 곰퍼츠(51)의 '발칙한 예술가들'(강나은 옮김·RHK)을 보면 예술가의 창조성이 얼마나 다양한 무늬를 지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사업하는 예술가'뿐이 아닙니다. '실패하는 예술가'도 있죠. 실패만 하던 예술가가 성공하려면 플랜B가 중요하다는 게 곰퍼츠의 주장입니다. 예로 드는 사례는 런던의 화가 브리짓 라일리와 뉴욕의 광고인 오길비. 밝은 색채로 초창기 10년을 일관했던 라일리는 재능은 있었지만, 늘 과소평가받는 예술가였답니다. 예술은 물론 연애마저도 실패한 뒤, 라일리는 그 마음을 담아 캔버스를 검은색으로 덮어버렸죠. 완전한 블랙. 하지만 미학적으로는 뭔가 부족했죠. 위에서 3분의 2 지점가량 내려온 위치에 흰색의 선을 넣었습니다. 화려함에서 단순함으로, 칼라에서 흑백으로의 플랜 B.

단기간에 뉴욕에서 가장 잘나가는 광고인이 된 오길비는 자기 성공의 첫째 원동력으로 "농부로서 실패한 아버지가 성공적인 비즈니스맨이 된 것을 '기억'한 일"을 꼽았습니다. 호텔 주방보조, 조리용 스토브 방문 판매원의 삶을 살았던 오길비가 플랜 B로 성공한 비결 중 하나입니다.

AI(인공지능)의 시대, 살아남기 위해서는 창조성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예술가를 '뼈를 입에 문 개'에 빗대는 비유가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화려해 보이고 부러울 만큼 만사에 초연해 보이지만, 사실상 그들은 집요할 정도의 근성을 지닌 사람들이라는 거죠. 대부분의 사람들이 포기하고 집에 가버린 한참 후에도 여전히 그 자리에서 매달리는 사람들. 예술가의 창조성은 그렇게 시작합니다. 당신의 창조성이라고 예외는 아니겠죠.

기고자 : 어수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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