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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항공기가 27일 오후 일본 도쿄 하네다(羽田)공항에서 이륙하기 직전 엔진에 불이 나 승객과 승무원 319명이 긴급 대피했다고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김포행 대한항공 항공기 KE2708편(보잉 777-300)은 이날 낮 12시 37분쯤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이륙하기 위해 활주로를 달리던 중 왼쪽 날개 부분의 제1엔진에 불이 붙어 멈춰 섰다. 승객 302명과 기장 등 승무원 17명은 사고 직후 '비상 탈출용 슬라이드'를 이용해 항공기를 빠져나왔고, 탈출 과정에서 승객 10여 명이 가벼운 찰과상을 입었다.

당시 사고를 목격한 일본 항공사 직원에 따르면 KE2708편은 공항 국내선 제2터미널 앞에 위치한 C활주로에서 이륙을 위해 북쪽으로 이동하다가 갑자기 속도가 떨어지면서 왼쪽 엔진에 불이 났다. 하네다공항 관제사가 엔진 화재를 처음 발견해 사고기 기장에게 알리고, 즉시 '이륙 중단' 명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항공기는 활주로의 3분의 1 정도를 달리다가 엔진에 불이 붙었다.

KE2708편의 기장이 엔진에 난 불을 끄는 자동 장치를 작동시켰으나 불은 다 꺼지지 않았다. 이후 관제사의 신고를 받고 소방차 40여 대가 긴급 출동해 30여 분 동안 진압 작업을 펼친 끝에 불이 꺼졌다. 외신에 따르면 불이 난 엔진은 폭발이 있었던 듯 뒤쪽 덮개 일부가 떨어져 나가 있었다.

대한항공 측은 사고기에 한국인 100여 명, 일본인 190여 명이 탑승했다고 밝혔다. 한 탑승객은 "비행기가 이륙하려고 활주로를 달리다가 갑자기 급정지하는 바람에 탑승객들이 '악' 하는 비명을 질렀다"면서 "다행히 모두 안전벨트를 착용한 상태여서 기내에서 다친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비행기가 급정거한 후 승객들이 불안해하자 기장과 승무원들이 기내 교신을 주고받은 후 "잠시 이륙을 멈추겠습니다. 어떤 문제인지 확인 중입니다"라는 안내 방송을 했다고 한다. 이후 엔진 화재로 밝혀지면서 비행기에서 빠져나온 승객들은 국제선 터미널에서 대기한 뒤 이날 밤 대한항공에서 마련한 대체 비행편을 이용해 한국으로 향했다.

교도통신 등은 "기내에는 테러를 의심할 만한 수상한 물건은 발견되지 않아 엔진 결함 혹은 부실 정비가 사고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항공 전문가들에 따르면 엔진에 화재가 발생하는 주요 원인으로는 ▷조류 충돌(Bird Strike) 등 이물질 유입 ▷고온의 엔진 안에서 연료가 새어 나와 불이 붙는 등 정비 불량 ▷엔진 자체의 결함 등 세 가지 정도다. 해당 항공기는 1999년 12월 도입됐다. 불이 난 엔진의 경우 1년 6개월 전에 장착한 것이다. 항공기에는 양쪽 날개에 1개씩 2개의 엔진이 탑재돼 있는데, 조류 충돌 등 여러 원인으로 엔진 하나에 화재가 발생해도 이 엔진을 끄고 다른 엔진을 이용해 가까운 공항까지 이동해 착륙하는 것은 가능하다.

이 사고로 이날 하네다공항 국내선·국제선에선 이착륙이 한동안 중단됐다. 일본운수안전위원회는 현지에 사고 조사관 4명을 급파해 사고 원인 파악에 들어갔다. 일본 당국은 이 사고의 심각성을 인정해 단순한 '항행안전장애'가 아닌 '준사고'로 판정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심각성에 따라 항공 사고를 '사고' '준사고' '항행안전장애' 등으로 분류한다. 우리 국토교통부에서도 정비 분야 전문가인 항공안전감독관 1명을 현지로 보냈고, 대한항공 조사관 2명도 파견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조사 책임이 있는 일본 항공 당국이 일단 초동 조사에 들어갔으나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 사고 지점 기고자 : 최인준 홍준기 이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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