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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방한 첫 일정을 시작한 지난 25일 밤, 제주의 한 호텔 6층 바에 그의 측근인 김숙 전 유엔 대사와 김원수 유엔 사무차장이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앞서 반 총장은 이날 저녁 관훈클럽 초청토론에서 대선 출마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밤이 깊어지면서 두 사람과 친분이 있는 여권(與圈) 관계자와 다른 측근 등 몇 명이 합석했고, 자리는 이튿날 새벽 2시까지 이어졌다.

자연스럽게 반 총장의 대선 출마 문제가 화제에 올랐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한 여권 인사는 "김숙·김원수 두 사람은 반 총장의 대선 출마 여부보다 출마하면 벌어질 일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더 크더라"고 했다. 측근들은 이미 반 총장의 대선 출마 결심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김원수 사무차장은 작년 연말까지만 해도 반 총장의 대선 출마에 부정적인 참모 중 한 명이었다. "(반 총장이)퇴임하면 내년 3월까지 미국 대학에 머물며 국내 정치와 거리를 두자"고 건의할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날 반 총장 측근들의 얘기는 이전과 달랐다고 한다. 한 측근은 "반 총장이 전(全) 세계의 가난과 기아, 분쟁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한국 사회의 여러 사회적 모순, 특히 사회 양극화와 청년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비원(悲願)을 갖게 된 것 같다"고 했다고 한다.

화려한 외교 무대에 익숙한 반 총장이 국내 정치에 잘 적응할 수 있겠느냐는 이야기도 나왔다고 한다. 그러자 한 측근은 "유엔 사무총장은 화려한 연미복을 입고 파티장에서 사교댄스나 추는 자리가 아니다. 가난·기아·분쟁을 해결하러 다니는 사람"이란 말도 했다고 한다. 유엔 사무총장은 전 지구가 직면한 사회 문제를 조정·해결하는 국제기구 수장이란 점을 강조한 것이다.

대선 출마에 대한 반 총장 가족들의 얘기도 나왔다고 한다. 유니세프를 거쳐 유엔 인구기금 케냐 지역 대표로 활동 중인 인도인 둘째 사위가 대선 출마에 가장 적극적인 반면, 부인 유순택씨는 남편의 대선 출마를 걱정하는 편이라고 한다. 기고자 : 최경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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