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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아프리카 순방 중에 상시(常時) 청문회 내용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여소야대(與小野大) 상황에서도 국정 운영에서는 소신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 표명이라는 해석이 많다. 4·13 총선 참패 이후 박 대통령이 여야(與野) 3당 원내대표 회동 등을 계기로 대(對)국회 소통과 협치(協治)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는 듯도 했지만 결국 이번 거부권 행사를 계기로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인된 셈이다.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에게 "20대 국회에서도 19대 국회에서 추진했던 핵심 법안들을 그대로 추진하라"는 지시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임을 위한 행진곡에 이은 '연타'

박 대통령은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참패한 이후 총선 결과 평가에서부터 다소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중앙언론사 편집·보도국장을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열었다. 총선 이후 첫 소통 행보였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총선 결과에 대해 "민의(民意)가 양당(兩黨) 체제에서 3당 체제를 만들어준 것이라 본다"고 했다. 자신은 청와대와 여권(與圈)에 대한 심판이라고 보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때부터 "대통령이 달라질 생각이 없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이런 전망은 3당 원내대표 회동을 계기로 '혹시 바뀌나' 하는 쪽으로 흔들렸다. 박 대통령은 지난 13일 회동에서 3당 대표 회동의 분기별 정례화와 경제부총리 및 여야 정책위의장이 함께하는 여야정(與野政) 민생경제 현안 점검회의 신설을 먼저 제안했다. 야권이 '임을 위한 행진곡' 5·18 기념곡 지정을 요구하자 박 대통령은 "국론 분열이 생기지 않는 좋은 방안을 찾아보라고 보훈처에 지시하겠다"고 했다. 적극적인 소통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됐고 야당에서도 긍정적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이후 박 대통령이 보여준 것은 야당이 기대하는 '협치'와는 달랐다. 야당들이 강하게 반발했지만 국가보훈처는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허용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 뜻이 반영된 것으로밖에는 해석되지 않았다. 당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도 "보훈처 결정은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재고를 요청했지만 청와대는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19대 중점 법안도 그대로 'GO'

이번에 나온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도 마찬가지다. 청와대는 이 법안을 그대로 두면 박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야당이 수시로 발목을 잡으며 국정을 제대로 끌고 갈 수 없다고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한 청와대 참모는 "야당이 반대한다고 해서 행정부를 마비시킬 수 있는 국회법을 그냥 둘 수는 없지 않으냐. 해야 할 일을 안 할 수는 없다"고 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국회가 과도하게 행정부에 개입하게 돼 위헌 소지가 있는데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했다. 이는 결국 야당과 '협치'가 다소 흔들리더라도 원칙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태도를 보여준 것이다.

박 대통령은 정진석 원내대표가 선출된 직후 "여소야대 국회가 됐더라도 기존 법안들을 그대로 20대에서 재추진해달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원내대표 측은 "여당이 다수일 때도 야당이 반대해서 좌절됐던 법안들인데 야당이 다수가 된 상황에서 가능하겠느냐"고 했지만, 청와대에선 "그래도 어떻게든 관철하라"는 주문을 전했다고 한다.

이는 새누리당의 '20대 국회 1호 법안' 발의에 그대로 반영됐다. 새누리당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지난 26일 파견근로법 등 노동 개혁 4법, 서비스산업발전법, 규제프리존특별법, 사이버테러방지법 등을 20대 국회 첫 제출 법안으로 발표했다. 대부분이 19대 국회에서 야당의 강한 반대로 처리되지 못해 폐기된 법안이다. 새누리당이 이 법안들을 20대 국회 시작부터 그대로 밀어붙인다면 또 야당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여당 원내 지도부의 한 의원은 "어떻게든 해내야 한다는 뜻은 알겠으나 현실 감각은 참 없는 청와대"라고 했다. 기고자 : 정녹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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