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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에 불어오는 남동풍은 농민들에게 반가운 존재다. 벼농사에 꼭 필요한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둘째로 넓은 벼 재배 면적(14만㏊)을 가진 충남과 충남의 농민들도 남동풍 덕을 보고 있다.

그런데 남동풍이 달갑지 않은 사람도 있다. 충남 곳곳에 세워진 석탄화력발전소 인근 주민들이다. 충남은 우리나라 전역에 있는 석탄화력발전소 53기 가운데 절반 가까운 26기가 몰려 있는 석탄화력발전의 메카다. 서해에서 발전용수를 끌어다 쓰기 쉽다는 지리적 이점에다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電力)을 수도권에 공급하기도 편리하기 때문이다. 서해안과 접한 보령, 당진, 서천, 태안 등에 석탄화력발전소가 속속 들어서기 시작한 건 1980년대부터다.

남동풍이 강해지면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이 바람을 타고 옮겨다니기 쉽다. 이로 인해 발전소 인근에 사는 주민들 사이에선 석탄가루, 먼지, 그을음, 냄새 등으로 인한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발전소 때문에 암(癌) 발병률까지 높아졌다며 정부를 상대로 대대적인 환경영향 평가와 건강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고 요구한 지 오래다. 급기야 최근 들어서는 석탄화력발전소를 두고 있는 충남의 6개 지자체 시장·군수들이 '대기 오염 저감 대책과 환경기준 강화'를 촉구하며 대정부 건의문을 채택하는 일도 있었다.

감사원은 지난 10일 충남 서해안의 석탄화력발전소 때문에 발생한 미세 먼지와 초미세 먼지가 여름이면 남동풍에 실려 북상(北上)하면서 7월 중 수도권의 대기오염 물질 가운데 충남산(産) 초미세 먼지가 28%를 차지한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충남의 대기오염이 충남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도권을 질식시키는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은 최근 전국의 일부 화전(火電) 가동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더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없다면 미세 먼지의 습격을 막아내는 데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고자 : 김석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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