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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朱木)은 소백산·덕유산을 비롯해 전국 높은 산에서 자라는 상록 침엽수다. 껍질이 불그스레하고 나무 속살도 유난히 붉어 붉을 주(朱)자가 붙었다. 요즘엔 정원수로 많이 심어 공원이나 화단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9~10월에 익는 빨간 열매가 밑이 열려 씨앗이 보이는 구조여서 다른 나무와 쉽게 구분할 수 있다. 흔히 주목을 두고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고 말한다. 수백년에서 천년을 넘게 살고 목재도 수백년 되도록 잘 썩지 않기 때문이다.

▶주목은 원뿔 모양 수형(樹形)이 좋고 불멸을 상징해 대통령들이 기념식수를 할 때 많이 고른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 경상북도 신청사 개청식에서 심은 나무도 주목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7년 키 3.5ｍ짜리 주목을, 이명박 대통령은 2012년 황금빛 신품종 주목을 광릉 국립수목원에 심었다.

▶1년 만에 고국을 찾아 대선 출마를 시사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그제 안동 하회마을을 찾았다. 서애(西厓) 류성룡 고택 충효당에 주목을 심었다. 하회마을 측은 "살아 천년, 죽어 천년 가는 나무 중의 제왕이어서 주목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간 국내외 국가 지도자급 인사가 하회마을에 식수한 예가 드문 데다 '제왕'이라는 설명까지 나와 세상의 눈길을 더욱 끌어당겼다.

▶반 총장 별명은 '기름 바른 장어'였다. 외교관으로서 곤란한 질문도 쏙쏙 잘 빠져나간다고 해서 기자들이 붙여줬다. 한자로 하면 기름 유(油)에 뱀장어 만(鰻), '유만'이다. 어느 한학자가 이 점잖지 못한 이름을 움직일 유(趡)에 일만 만(萬)으로 바꿔줬다고 한다. '세상 사람을 움직인다'는 뜻이다. 반 총장은 "내가 별명을 바꿔 세계의 대통령이 됐다"는 농담을 한 적이 있다. 이 이름이 한국 대통령의 별명으로도 손색이 없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임기 끝나면 한국민으로 어떤 일을 할지 결심하겠다"(25일 제주), 김종필 전 총리 예방(28일), 전직 총리들과 원로 만찬(28일), 하회마을과 경북 신청사 방문(29일)…. 반 총장의 말과 동선(動線)은 누가 봐도 분명한 대권 행보다. 작년 9월 중국에서 비 오는 태산(泰山)에 올라 대권 속내를 슬쩍 비친 게 우연이 아니었던 셈이다. 반 총장은 어제 출국하면서 "국내에서 한 행동에 대해 과대 해석을 자제해주면 좋겠다" "남은 임기 7개월,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했다. 귀국 행보는 '유만(趡萬)', 출국 인사는 '유만(油鰻)'이다. 어느 별명에 장단을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