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46·구속·사진) 변호사는 상습 해외 도박 혐의로 1심에서 실형 선고를 받은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2심 변호를 맡으면서 '검찰과 법원에 로비해 보석(保釋)으로 빼내주고 집행유예를 받게 해주겠다'는 명목으로 50억원을 받기로 했다.

2심 재판부가 보석도 기각하고 실형까지 선고하면서 결과적으로 법원에 대한 로비는 실패했다. 이는 정씨와 최 변호사 간 '수임료 반환 공방(攻防)'으로 이어지면서 법조 비리 사건이 불거지는 계기로 작용했다.

하지만 적어도 검찰 단계에서는 최 변호사의 로비가 통(通)했음을 보여주는 정황들이 본지 취재 결과 드러났다. 법원과 검찰에 따르면 최 변호사는 올해 1월 19일 2심 재판부에 정 대표에 대한 보석을 청구했다. 검찰은 이틀 뒤인 1월 21일 재판부에 '적의(適宜) 처리해 달라'는 의견을 제출했다. 재판부가 알아서 판단해 달라는 것으로 석방해도 무방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검찰의 이 같은 '적의 처리' 의견은 그보다 10일도 더 전인 1월 초 이미 내부적으로 결정돼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정씨의 변호인이 보석을 청구하기도 전에 검찰이 미리 '석방해도 무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당시 사건에 관여했던 검찰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최 변호사는 1월 초 두 차례 서울중앙지검을 찾아가 정 대표 해외 도박 사건을 수사한 S 강력부장 검사와 J 공판부장 검사를 만났다. 최 변호사는 이 자리에서 "정 대표 보석에 반대하지 말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S·J 부장검사는 1월 13일 검찰 정기 인사로 다른 검찰청으로 옮기게 돼 있었지만, 정 대표 사건 담당 공판 검사에게 '보석이 청구되면 적의 의견을 내는 게 좋겠다'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일부에선 "인사 직전에는 전임자들이 후임자에게 인수인계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무조건 잘못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서조차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더 많다. 최 변호사와 S·J 부장검사는 사법연수원 동기(27기)로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최 변호사는 검찰이 '적의 의견'을 낼 거라는 걸 알고 법원에 보석을 청구했고, 정 대표에게 '석방'을 장담하면서 수십억원 변호사비를 받아낸 게 아니냐는 것이다. 최 변호사는 S 부장검사에게 정 대표의 2심 구형을 줄여 달라고 청탁한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은 실제 2심에서 1심(징역 3년)보다 낮은 징역 2년 6개월을 구형했다.

이에 따라 최 변호사와 정 대표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도 '적의 처리 의견'을 낸 과정 등을 둘러싼 문제들에 대해 내사(內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는 S·J 부장검사의 해명을 듣기 위해 27일부터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두 사람은 받지 않았다. S 부장검사는 그동안 "최 변호사가 찾아와 구형을 줄여 달라는 말을 하긴 했지만, 나는 보석(적의 처리 의견)과는 정말 관계없다"고 해왔다.

[그래픽] 정운호 대표 보석 기각 과정 기고자 : 박상기
본문자수 : 1509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