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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엿새간의 방한 기간에 내년 대선 출마를 강하게 시사하며 일거에 여권(與圈) 내 대선 주자로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김무성·유승민·오세훈 등 여권 주요 주자들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이들 주변에선 '킹메이커론(論)' '페이스메이커론(論)' '대안론' 등을 명분 삼아 활동 재개를 저울질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지금처럼 발이 묶여 있다간 '반기문 대세론(大勢論)'에 묻혀 아예 기회도 얻지 못할 것이란 위기감이 깔려 있다. 당내에선 "반 총장 방한으로 여권의 대선 레이스는 이미 시작됐다"며 이들의 조기 등판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무성 전 대표의 핵심 측근인 김성태 의원은 30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반 총장 같은 카드를 새누리당 주자로 세우지 못한다면 국가적으로도 안타까운 일"이라면서 "새누리당 내에서 비박이라는 사람들도 (반 총장을) 시큰둥하게 쳐다볼 이유가 하나도 없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 전 대표의 향후 계획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지 본인의 역할을 찾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에 진행자가 "꼭 대권이 아니라 킹메이커라도 갈 수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는 것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김 전 대표 측근 중의 측근이다. 그런 김 의원이 이같이 말하자 곧바로 김 전 대표가 대선 출마 포기를 고민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확산됐다. 그러자 김 의원은 보도 자료를 내고 "'킹메이커' 질문에 '그렇다'고 말한 것은 동의의 뜻이 아니라 (말) 습관"이라며 발언을 정정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대선 출마 의지가 확고한 김 전 대표가 김 의원에게 '정정하라'고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김 전 대표는 최근 가까운 전·현직 의원이나 참모 그룹과 수시로 만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그가 7월에 원로, 전문가 등이 포함된 대선 캠프를 공식 발족시킬 것이란 얘기도 돈다. 그의 한 측근은 "김 전 대표가 활동을 재개하는 데 필요한 것은 조직이 아니라 명분"이라며 "늦어도 오는 7~8월 전당대회에서 총선 패배 책임 공방이 어느 정도 일단락되면 활동 재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당 밖의 유승민 의원도 31일 성균관대에서 '경제 위기와 정치의 역할'이란 주제로 공개 특강을 한다. 새누리당 공천 파동으로 탈당해 무소속으로 당선된 그는 복당(復黨)을 신청했으나 친박(親朴)계는 그의 조기 복당에 반대하고 있다. 복당과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움직이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유 의원은 당내의 이혜훈 의원이나 공천에 탈락해 탈당한 전직 의원 등과도 수시로 향후 활동 방향에 대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비박계의 하태경 의원은 이날 열린 20대 국회 첫 의원총회에서 "반 총장이 반드시 새누리당 후보가 될지 불확실하고 낙마할 수도 있는 만큼 당내 다른 주자들이 움직일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줘야 한다"며 전당대회 전 유 의원 복당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총선 때 서울 종로에서 낙선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지역구 활동과 함께 여러 인사를 만나 앞으로 활동 방향에 대해 조언을 듣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총선 패배 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과정에서 정진석 원내대표로부터 비대위원장 제안을 받았으나 거절했다. 그러나 오 전 시장 측 관계자는 "주변에서 총선 패배에 대한 자숙론과 함께 역할론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와 함께 남경필 경기지사가 이날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의 평생·시민교육 온라인프로그램인 '지무크(G-MOOC)' 추진단장에 임명하고, 원희룡 제주지사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대선 경선 출마를 시사한 것을 두고도 본격적인 대선 준비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기고자 : 최경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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