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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대전 한국원자력연구원. 정문에서 길을 따라 5분쯤 걸어가자 3층 규모의 핵연료 재활용 실험 시설이 나타났다. 이곳의 정식 명칭은 '공학 규모 파이로 일관 공정 시험 시설(PRIDE·프라이드)'이다. 건물 안에서는 방호복을 입은 연구원들이 조이스틱을 움직여 실험실 안쪽의 로봇팔을 조종하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완공된 프라이드는 사용후핵연료(폐연료봉)를 재활용할 수 있는 '파이로 프로세싱(pyro-processing·건식 정련)' 기술을 개발하는 곳이다. 로봇팔이 잡는 게 폐연료봉이다. 송기찬 원자력연 핵주기기술개발본부장은 "실험 재료는 우라늄 농축 과정에서 나온 찌꺼기로 만든 모의 폐연료봉"이라며 "산화 방지를 위해 실험실 내부를 아르곤(Ar)으로 가득 채우고 완전 차폐해 안전하게 실험을 한다"고 말했다.

파이로 프로세싱은 전기 분해를 통해 사용후핵연료에서 다시 연료로 쓸 수 있는 부분을 골라내는 기술이다. 안도희 원자력연구원 핵주기공정개발부장은 "이론적으로 파이로 프로세싱을 거치면 우라늄을 포함한 95% 이상의 물질을 재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 개발이 완료되면 폐기물의 방사능은 1000분의 1, 부피는 20분의 1로 줄어든다. 처리할 핵폐기물을 줄이고, 다시 연료로 사용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다.

원자력발전(發電)은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 전체 전력 생산의 31.5%를 차지한다. 발전 단가가 비교적 싸고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독성(毒性)이 30만년 이상 가는 사용후핵연료가 나오는 문제가 있다. 지금은 원전 저장고에 보관하고 있지만 이것도 수년 내에 포화 상태가 된다. 국내에서는 매년 700t에 이르는 사용후핵연료가 생긴다. 같은 문제로 프랑스·일본·캐나다 등도 사용후핵연료 재활용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송기찬 본부장은 "파이로 프로세싱은 다른 나라의 후보 기술과 비교해도 경제성이나 실용성 면에서 손색이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미국 에너지부도 파이로 프로세싱의 가치를 인정해 연구비의 50%를 분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술로는 핵무기의 연료인 플루토늄만 따로 추출할 수 없다는 것도 미국이 협조적인 이유다.

원자력연구원은 2020년까지 파이로 프로세싱의 모든 공정에 대한 검증을 마칠 계획이다. 파이로 프로세싱을 거친 핵연료를 쓸 수 있는 차세대 원전(소듐 냉각 고속로)도 개발하고 있다. 송 본부장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당면한 고민을 해결한다는 목표로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고자 : 박건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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