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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은 20일 강남역 인근 처가 땅 매각 관련 의혹에 대해 "그 땅에 대해 (넥슨) 김정주 회장에게 사달라고 한 적 없고 (그 거래가) 진경준 검사장을 통했다는데 아예 그런 사실이 없다"고 했다. 그는 "(야당 등에서) 정무적으로 책임지라고 했는데 그럴 생각이 없다"고 했다.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가 없다. 제가 좀 정상적으로 대통령을 보좌할 수 있게 협조해달라"고 했다. 기자들 앞에서 이렇게 결백(潔白)을 주장하면서 때로 목소리를 높였고 책상 위에 있는 신문을 들어 책상을 치기도 했다.

이 문제가 불거진 계기는 우 수석이 지휘하는 민정수석실에서 진경준 검사장의 넥슨 주식 관련 의혹을 걸러내지 못한 데서 출발한다. 진 검사장은 2015년 2월 검사장 승진 전에 88억원 규모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민정수석실은 당연히 무슨 돈으로 주식을 샀는지 등을 꼼꼼히 살펴봤어야 한다. 언론이 의혹을 제기하는 이유도 민정수석실의 허술한 검증이 우 수석 처가 땅 매각 과정에서 진 검사장이 했던 역할에 대한 우 수석의 보답은 아니었는지 하는 의문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3월 진 검사장의 '주식 대박' 의혹이 제기된 이후 진상 규명이 지지부진했다. 그 과정에서 우 수석의 의중이 작용하지 않았는가 하는 시선이 파다했다. 국민이 지금 우 수석에게서 가장 먼저 듣고 싶은 말은 검증 실패(失敗)에 대한 사죄일 것이다. 그러나 그의 입에서는 뜻밖에 언론을 향해 '그만 들볶으라'는 식의 반박부터 나왔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검증 실패에 대한 화살이 대통령에게 쏠리고 있는 상황에서 측근으로서 취해야 할 적절한 처신인지도 의문이다.

우 수석은 이 사건이 언론에 처음 보도된 18일엔 "처가 부동산 매매에 전혀 관여한 바 없다"고 했다. 하지만 20일엔 "계약하는 날 장모님이 '불안하니 와달라'고 해서 갔고 주로 한 일은 장모님 위로해 드린 것"이라고 했다. 땅 매각 계약서 작성 현장에 우 수석이 함께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그렇다면 우 수석이 매각에 어떤 식으로든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밖에 없다. 우 수석이 이렇게 일부 해명을 뒤집으면서 '간여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나오면 의혹은 점점 짙어질 것이다.

우 수석은 이번 의혹을 보도한 조선일보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검찰은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배당했다. 이 사건에 쏠린 국민 시선과 민정수석 자리의 막중함을 생각할 때 최대한 빨리 진실이 가려져야 한다. 이를 위해선 관련자들의 통신·금융계좌 등에 대한 압수 수색 등 강제 수사가 필요하다. 그러나 검찰 인사권 등 검찰 조직 전체를 관장하는 민정수석이 자신의 의혹을 강도 높게 부정하는 상황에서 검찰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대두될 수밖에 없다. 검찰이 우 수석 주장을 뒷받침하는 수사 결과를 내놨을 경우 국민이 이를 믿어줄지도 장담할 수 없다. 특임검사나 특별감찰관에게 수사·조사를 맡긴다 해도 비슷한 고민에 봉착한다.

일각에선 국회가 특검을 임명해 수사토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특검을 임명하고 사무실 차리고 수사에 착수하는 데만 한 달 이상 걸린다. 대통령 임기는 1년 반밖에 남지 않았다. 그동안 민정수석이 수사에 휘말려 당면한 개각 인선 등 현안 처리를 몇 달씩 접고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그렇다고 제기된 의혹을 이대로 덮을 수는 없을 것이다. 대통령이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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