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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수의 매거진 레터] 재난 겪어도 차분한 일본인

    이한수

    발행일 : 2016.09.08 / 통판 D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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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한 번 놀랐습니다. 일본 국민은 어쩜 그리 차분할까요.

    규슈 구마모토현 농촌 마을 미나미아소무라에 사는 이치하라 히데시(61)씨는 지난 4월 16일 새벽 엄청난 진동을 느꼈답니다.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다네요. 이틀 전 규모 6.5 지진에 이은 7.3 강진이었습니다. 순간 아내 요시에(58)씨를 찾았습니다. 둘이 손 붙잡고 엉금엉금 빠져나온 사이 집은 그대로 내려앉았습니다. 지금은 5개월째 피난 생활 중입니다. 인근 휴양시설 '아소 팜 랜드'가 숙소를 제공했습니다. 이곳의 돔 형태 숙박시설은 피해를 보지 않았습니다. 이재민 650명이 한때 이곳에 있었습니다. 다수가 가설주택으로 옮겨간 지금도 200여 명이 남아 피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2일 아소 팜 랜드에서 부부를 만났습니다. 이치하라씨는 당시 상황을 차분히 이야기하더군요. 살아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이냐고 되물었습니다. 아들 내외와 어린 손자도 병원에 가지 않을 정도로 건강하니 '제이타쿠(사치)'스러운 생활이랍니다. 원망하는 기색이라곤 전혀 없었습니다. 언제일지 아직 모르지만 무너진 집터에 다시 집을 짓고 가족끼리 오순도순 살고 싶은 희망이 있다고 했습니다.

    지난 1일부터 사흘간 구마모토 지진 현장을 둘러보았습니다. 곳곳에서 만난 이들은 엄청난 재난을 겪고도 다시 희망을 찾고 있었습니다. 가장 큰 피해를 본 마시키마치 마을에는 "도모니 간바로(함께 힘내자)!"라는 표어가 곳곳에 붙어 있었습니다. 니시무라 히로노리 마을 이장은 "정부와 현(縣)의 빠른 지원으로 48명의 인명을 구할 수 있었다"며 연신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가바시마 이쿠오 구마모토현 지사는 지진 덕분에 세 가지를 얻었다고 했습니다. 밥 먹고 물 마시는 평범한 일상생활이 소중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함께 재난을 겪으며 주민들 사이에 일체감이 생긴 것, 국내외 도움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 일이랍니다. 모두 '성자(聖者)'들입니다. 우리가 그런 재난을 겪었다면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이치하라 부부의 바람이 속히 이뤄지기를 기원합니다.

    기고자 : 이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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