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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떠나기 전에 춘천마라톤에서 꼭 뛰고 싶었어요."

이달 말 3년간의 한국 생활을 접고 미국으로 떠나는 영어강사 타이사 하워스(25·영국)씨는 오는 23일 열리는 춘천마라톤 겸 제70회 전국마라톤선수권대회(조선일보·춘천시·스포츠조선·대한육상연맹 공동 주최)에서 마지막 추억을 쌓을 생각이다.

그는 "좀 뛴다 하는 외국인들 사이에서 춘천마라톤은 가장 아름다운 이벤트로 알려져 있다"며 "이번만큼은 기록에 연연하지 않고 한국의 가을을 마음껏 즐기겠다"고 했다. 마라톤은 올 초 사귀던 연인과 헤어지면서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정든 한국을 떠나는 슬픔을 춘천마라톤에서 털어내고 싶다"고 했다. 10㎞ 코스에 참가하는 그는 한 달 전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한강을 따라 달렸다. 외국인 마라톤 동호회인 '서울 플라이어스 클럽(Seoul Flyers Club)'에도 가입했다.

춘천마라톤에는 외국인 커플도 여럿 참가한다. 헝가리 출신인 에바 베긴스키(31) 가천대학교 생물학과 조교수는 러시아 출신 남자 친구 니콜라이 올리닌(31)과 함께 뛴다. 베긴스키씨는 2013년 한국에서 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기념으로 춘천마라톤에 출전한 이후 올해 네 번째다. 그는 "춘천마라톤은 데이트 코스로도 제격"이라며 "남자 친구와 처음 뛰는 올해는 덜 힘들 것 같다"고 했다.

'연상 연하' 커플인 파티 부즈간(34· 터키)씨와 여자 친구 린 페리(52·미국)씨는 대회 전날 서울에서 자전거를 타고 춘천으로 갈 계획이다. 페리씨는 "춘천마라톤에서 남자 친구와 잊지 못할 아름다운 기억을 남기고 싶다"면서 "한국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것을 기념하기 위한 로맨틱한 도전"이라고 했다. 둘은 풀코스를 달린다.

일본 혼슈의 돗토리현(鳥取縣) 공무원 8명도 춘천마라톤 참가를 위해 21일 입국한다. 이들은 "한국 최고의 마라톤 대회인 춘천마라톤의 열기를 경험하러 왔다"고 했다. 이들은 2004년부터 강원도청 마라톤 동호회와 교류하며 우정을 쌓고 있다. 1년에 한 번씩 양국 마라톤 대회를 번갈아 가며 출전하는데 춘천마라톤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원도청 마라톤 동호회 신주호(52) 회장은 "돗토리 친구들에게 올해 국내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 여러 곳을 추천했는데 춘천마라톤을 꼽더라"고 했다. 모리이 하루타카(63)씨는 "그동안 코스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춘천마라톤을 경험해 보고 싶었지만 일정이 맞지 않았다"며 "이번에 12년 만에 기회가 왔다"고 했다. 두 나라 공무원들은 달리기만 하는게 아니다. 환영 파티도 열고 경조사도 챙긴다. 국제대회 마라톤 종목에서 한국과 일본은 전통적인 경쟁 관계지만 이들에게 마라톤은 민간 교류의 끈이다.

올해 춘천마라톤에는 홍콩, 미국, 중국, 일본 등 30여 개국에서 400명이 넘는 외국인이 참가한다.

협찬: SK 하이닉스, SK telecom, asics, 신한은행

기고자 : 이벌찬 박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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