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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임순례 감독이 리메이크를 결정한 일본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소박한 부엌 풍경을 긴 여운처럼 남긴다. 자연에 둘러싸인 작은 시골집에서 직접 재배한 식자재로 음식을 만들며 살아가는 이야기다. 영화의 주요 배경인 부엌이 정갈하면서도 꾸미지 않은 듯 멋스러워 보이는 건, 조리대 앞과 옆에 설치된 선반 덕분이다. 갖가지 냄비와 그릇, 조리통 같은 살림살이가 그대로 드러나 보이고, 그 뒤로 선선한 자연 풍경과 햇살이 배경처럼 펼쳐지니 군더더기 없는 삶의 여유가 절로 우러난다.

선반의 묘미란 이런 것이다. 집과 살림살이를 대하는 주인의 손길과 취향, 감각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 벽에 일자형 선반 한두 개 걸고 좋아하는 책 몇 권이나 작은 액자, 깊숙이 넣어뒀던 찻잔, 추억 담긴 소품을 올려두는 것만으로도 카페 못지않은 분위기가 난다.

좁은 집이거나 수납할 물건이 많지 않다면 벽걸이 선반이 제격이다. 1단 선반이라도 다양한 길이와 색깔로 여러 개 배치하면 구조적인 벽 장식이 된다. 다층형 선반은 스웨덴 브랜드 '스트링'〈사진〉이 대표적. 3단이 기본이지만 위아래·양옆으로 추가하면서 원하는 모양으로 조합할 수 있다. 핀란드 브랜드 '아르텍'의 '카리'는 높낮이·너비 조절과 사이즈 확장이 가능해 맨 아랫줄 선반을 책상처럼 활용할 수 있다.

벽에 걸지 않는 다층 선반은 대개 책장에서 프레임만 골라내 바닥에 세우는 형태다. 앞뒤·양옆이 뚫려 있어 공간을 분할하는 칸막이 역할도 하고 선반 위 올려둔 소품을 여러 각도에서 감상하기에도 좋다. 선반은 반듯한 직사각형 혹은 직선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제품도 많다. S자 형태의 굵은 곡선을 그리는 이탈리아 브랜드 '카르텔'의 '북 웜'을 비롯해 원형, 부채꼴, 다이아몬드 프레임 등 갖가지 형태가 밋밋한 벽면을 감각적으로 채운다. 사다리처럼 벽에 비스듬히 기대어 놓는 선반도 있다.

선반은 서랍장이나 캐비닛만큼 많은 양을 수납할 수도 없고 모든 것을 깔끔하게 가려 정돈할 수도 없다. 그러나 숨기지 않고 드러냄으로써 취향을 담고 추억을 공유하며 내 집만의 콘텐츠를 만들어준다. 이보다 쓸모 있는 아이템이 또 있을까.

이정주·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기고자 : 이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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