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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를 떠나 인간을 농락했다. 구단은 즉시 사과해야 한다."

프로농구 KGC인삼공사의 외국인 선수 '키퍼 사익스(24·미국)'의 퇴출 논란을 지켜보던 농구 팬들이 뿔났다. KGC인삼공사는 지난 두 달에 걸쳐 사익스 퇴출론을 공개하면서 다른 외국인 선수 영입을 시도했고, 우여곡절 끝에 1월 31일 사익스 잔류를 결정했다. 돈과 실력에 따라 움직이는 프로 세계에서 선수 영입과 방출은 흔한 일이지만 사익스의 모습을 지켜본 팬들은 "구단의 갑질이 도를 넘었다"며 분노했다. 구단과 감독을 비판하는 댓글이 수천 개가 달리고, 사익스를 응원하는 댓글에도 공감이 수천 개씩 이어졌다. 왜 이런 일이 있어났을까.

사익스는 지난 50여일간 극심한 '고용 불안'에 시달렸다. 리그 1~2를 다투던 KGC인삼공사가 지난해 12월 "우승을 위해선 장신 외국인 선수가 필요하다"며 사익스를 방출시키고, 마커스 블레이클리(전 모비스 소속) 영입을 추진하면서부터 문제가 시작됐다. 단신 가드 사익스(178㎝)는 '각 팀은 단신 외국인 선수(193㎝ 이하)를 최소 1명 보유해야 한다'는 KBL 규정에 따라 영입된 선수다. "사익스는 작은 키 때문에 2% 부족하다"는 것이 구단과 감독의 입장이었다.

블레이클리와의 협상이 무산되는 바람에 사익스는 계속 팀에 남았지만, 퇴출 위기에 놓였던 사익스에게 코트는 살얼음판이었다. 구단은 지난 26일엔 다시 사익스를 내보내고 에릭 와이즈(전 KCC 소속)를 영입하겠다는 방침을 공개했다.

팬들은 이 과정에서 구단과 감독이 '일자리'를 놓고 모욕적인 방법으로 사람을 평가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26일 사익스 퇴출 방침을 밝힌 이후 김승기 감독은 "향후 3경기를 지켜보겠다. 현재로선 퇴출 가능성이 50%"라고 했다. 30일 삼성전 직전엔 "오늘 경기를 보고 결정하겠다. 현재로선 잔류 가능성 60%, 퇴출 40%"라고 했다.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 언급하며 궁지에 몰린 선수의 기량을 평가했다. 특히 30일 삼성과의 경기 때 사익스의 대체 요원으로 거론되는 와이즈가 인삼공사 벤치 뒤 관중석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는 장면에 팬들은 폭발했다. 구단은 "와이즈가 스스로 경기장을 찾아왔다. 우리도 난감했다"고 해명했지만, 팬들은 "사익스 입장에선 참으로 무례했던 오디션을 치른 셈"이라고 했다.

한 팬은 '내 인턴 생활을 보는 것 같다. 자르려면 빨리 자르든가'라는 글을 남겼다. 매일매일 해고 위기에 놓인 채 '단두대' 경기를 뛰는 사익스의 모습이 자신을 보는 것 같다는 젊은 층의 반응이 이어졌다.

사익스는 이날 20분 동안 16점을 넣으며 팀 승리(83대73)를 이끌었다. 인삼공사(24승9패)는 2위 삼성(23승11패)과의 격차를 벌리며 선두를 굳혔다. 사익스는 현재 전체 선수 중 득점 18위(평균 13.3점), 어시스트 10위(평균 4.33개)를 기록 중이며, 올 시즌 올스타에도 뽑혔다.

KGC인삼공사는 "사익스가 최근 팀 전술에 잘 녹아들고 있다"며 사익스 잔류 이유를 밝혔다. 구단 관계자는 팬들의 비판에 대해 "현재 KBL 외국인 선수 제도 아래서는 불가피한 과정이다. 매끄럽지 못한 계약 진행으로 오해를 산 것 같다"며 "하지만 퇴출은 냉정한 프로 세계의 선수가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통이 큰 쪽은 오히려 사익스였다. '50일간의 오디션'을 치른 사익스는 31일 팀으로부터 잔류 통보를 받고 이런 반응을 남겼다. "우승으로 보답하겠다. 내 신장이 아닌 심장의 크기를 봐달라."

[그래픽] "사장님 나빠요" 사익스의 조마조마 50일 기고자 : 임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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