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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트럼프 정부가 '테러리스트'를 막겠다며 서명한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스포츠계도 들끓고 있다.

당장 미 프로농구(NBA) 사무국은 31일 국무부에 반이민정책에 대한 구체적 지침을 요구했다.

새 행정명령에 따르면 7개국(이라크·시리아·이란·수단·리비아·소말리아·예멘) 출신 국민은 90일간 미국 입국이 금지되는데, NBA 선수들도 이 대상에 포함되는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루올 뎅(LA 레이커스)과 손 메이커(밀워키 벅스)가 대표적이다. 두 사람은 수단(현재 남수단) 출신이지만 지금은 각각 영국과 호주의 이중 국적을 갖고 있다.

실제로 메이커는 지난 28일 토론토 랩터스(캐나다 토론토) 원정 경기를 마치고 다시 미국에 돌아올 때 호주 여권을 제출했다. 이번 행정명령은 이중 국적자에게도 적용되므로 향후 엄격한 집행이 이뤄지면 이들도 입국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

미국의 조치에 대해 이란도 '미국 시민 입국 금지'라는 맞불을 놓았기 때문에 이란 프로농구 리그에서 뛰던 미국 출신 조지프 존스와 J.P 프린스는 휴가를 떠났다가 재입국을 하지 못하고 현재 두바이에 체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각종 국제대회 출전을 두고도 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리우올림픽에서 이란 대표팀 기수로 나서 화제를 모았던 장애인 양궁선수 자하라 네마티는 오는 10일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실내 양궁 월드컵 출전이 불투명해졌다. 오는 6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선 양궁 월드컵(실외)이 한 차례 더 열릴 예정이어서 '불참자' 규모는 더 커질 수도 있다.

일부 종목에서는 합의점도 찾고 있다. 이번 달 16일 이란에서 개최되는 레슬링 월드컵의 경우, 당초 미국 대표팀 출전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지만 이란 정부에서 예외적으로 비자를 내주기로 했다. 리치 벤더 미 레슬링협회 전무는 "미국팀의 출전이 이 어려운 시기에 '스포츠 외교'의 상징적인 사건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AP통신 등 외신은 이번 행정명령이 2024년 올림픽 개최지 선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기조가 '스포츠를 통해 문화·국적 등 차이를 극복한다'는 올림픽 정신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2024 올림픽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프랑스 파리, 헝가리 부다페스트 등이 후보에 올라 있으며 IOC(국제올림픽위원회)는 오는 9월 최종 개최지를 결정한다.

기고자 : 이순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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