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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 시각) 자신의 '반(反)이민' 정책에 반기를 든 샐리 예이츠 법무부 장관 대행을 전격 해임하자, CNN에 출연한 한 패널은 "백악관이 '리얼리티 쇼'로 변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NBC의 리얼리티 쇼 '어프렌티스'의 주연을 맡았을 때 "넌 해고됐어(You are fired!)"라는 말을 유행시킨 것에 빗댄 것이다. 트럼프의 반(反)이민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이날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독일 등 세계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트럼프가 인종·종교 갈등이라는 '벌집'을 쑤신 모양새다.

◇백악관, 항명한 법무장관 대행에 "배신자" 원색 공격

트럼프 대통령은 예이츠 법무장관 대행의 '항명' 사실이 알려지자 트위터에 "민주당이 오로지 정치적인 이유로 나의 내각 지명자들을 (인준) 거부하고 있다. 그들은 방해만 하고 있다"며 "지금 오바마 행정부의 법무장관이 있다"고 말했다. 이후 1시간 만에 백악관은 성명을 내고 "예이츠는 적법한 명령을 거부해 법무부를 배신했다"며 경질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오바마 정권이 임명한 예이츠는 국경 정책과 불법 이민에 대해 나약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백악관이 '배신자', '나약하다' 등의 원색적 표현으로 장관 대행을 비난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예이츠는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내정자가 의회의 인준을 통과하기 전까지 한시적으로 법무장관 대행을 맡고 있었다.

USA투데이는 "(이번 경질은) 지난 1973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을 조사하는 특별검사를 해임했을 당시 리처드슨 법무장관이 이에 반발해 사퇴한 일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이 사건 이후 민심은 닉슨을 완전히 떠났다.

미국 외교관들의 집단 반발도 확산하고 있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트럼프의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연판장에 서명한 외교관의 수가 200명을 넘었다"고 전했다. 미 국무부는 베트남전 이후 '반대 채널'이란 공식 소원 수리 채널을 만들어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를 접수하고 있다. 미국 외교관들이 연판장을 돌리는 것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지만, 수백명이 서명에 참가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가다. 여기에 트럼프 백악관이 '반(反)이민' 정책을 추진하면서 국무부 등 주무 부서와 제대로 협의하지 않은 것도 관료들의 집단 반발을 불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친(親) 트럼프 기업과 시장도 등 돌려

미국 다우지수는 이날 122.65포인트(0.61%) 떨어진 1만9971로 마감해 2만 선이 깨졌다. 미 다우지수는 트럼프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을 선언하고서 주식시장이 처음 열린 23일에도 27.4포인트 떨어지는 데 그쳤다. 무역·국경 장벽에도 꿈쩍 않던 주식시장이 인종과 종교 장벽 앞에서는 고개를 숙인 것이다.

미국 기업들도 등을 돌렸다.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 내정자,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 등을 배출해 '거번먼트 삭스(Government Sachs)'라고 불리는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부터 반기를 들었다. 로이드 블랭크파인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음성 메일에서 "현재 일시적 입국 금지가 영구적인 게 된다면 이는 우리 은행이 붕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반이민 행정명령은) 우리가 지지하는 정책이 아니다"고 했다. JP모건과 포드 등 주요 기업도 '반(反)이민' 반대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최고경영자(CEO)는 "행정명령에 대한 법적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했다. 구글과 에어비앤비 등은 수백만달러를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에 기부하기로 했다.

국제 사회의 비판 목소리도 거세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국제 공조와 구호를 위한 기본 규범에 배치된다"며 트럼프를 직접 비판했으며, 영국 의회 홈페이지가 지난 28일부터 받기 시작한 트럼프의 국빈 방문 취소 청원은 160만명을 넘겼다. 영국 의회는 청원 서명이 10만명을 넘기면 반드시 해당 청원을 긴급 논의해야 한다.

입국 금지 대상이 된 국가들도 반발하고 있다. 트럼프가 미국과 IS(이슬람국가) 퇴치전에 나선 이라크를 입국 금지 대상 7개국에 포함하자, 이라크 의회는 "미국인의 이라크 입국도 금지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미 국방부는 미군에 협조한 이라크인은 입국 금지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국 금지 대상국 중 하나인 이란은 28일 "보복할 것"이라고 했다가 29일에는 "우린 미국 같은 인종차별을 하지 않는다. 미국인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금지 대상국에서 빠진 파키스탄은 "미국이 파키스탄으로 대상을 확대한다면 양국의 대테러전 협력을 방해할 것"이라고 했다. 기고자 : 조의준 오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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