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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구 국방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31일 전화 통화를 갖고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를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날 통화는 오는 3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앞두고 이뤄졌다.

양국 장관은 최근 북한이 핵·미사일 위협을 높이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이같이 의견을 나눴다고 국방부가 전했다. 양국 장관은 "북한이 한·미의 전환기적 상황을 오판해 언제든 전략·전술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의 강력한 확장 억제력과 한·미 연합 방위를 통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유사시엔 압도적으로 대응할 태세를 유지하자"고 했다.

이에 앞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전화 통화에서 사드 배치에 대해 "매티스 장관 방한을 계기로 양국 관계 당국 간 긴밀히 협력해 나가자"고 했었다. 이에 이어 미국 측이 다시 '사드 제때 배치'를 강조한 것이다. 이는 "한국 대선 결과에 따라 사드 연내 배치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미국 내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미국 싱크탱크인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패트릭 크로닌 선임 연구원은 이날 '매티스 장관의 한·일 방문' 보고서에서 "한·미 국방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한국 대선 이전으로 사드 배치 시기를 앞당기려 할 것"이라고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앞당기는 것과 계획대로 추진하는 것은 다른 얘기"라면서도 "미 행정부가 교체됐음에도 미국의 사드 배치 의지는 더 강력해졌다"고 말했다.

한·미는 올여름까지 미 본토의 사드 포대를 한국에 가져온다는 계획이다. 다만 국방부가 사드 부지 확보를 위해 롯데 측과 추진해온 부지 맞교환 계약 체결이 지연되는 상황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롯데가 이사회를 열어 맞교환 부지들에 대한 감정 평가액을 승인해야 하는데 중국의 보복을 우려해선지 아직 이사회가 안 열리고 있다"고 했다. 롯데 측은 "국가 안보의 엄중한 상황을 고려해 정부 방침에 협조하겠다는 방침"이라며 이사회 개최 일정을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매티스 장관은 이번 주 서울에 머무는 20여시간 동안 한 장관과의 회담 외에 황 권한대행,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윤병세 외교장관과의 예방·면담 일정도 잡았다. 외교 소식통은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 정책이 군사 채널을 통해 구현될 조짐을 보여준다"며 "백악관과 국무부가 갈등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굵직한 안보 이슈는 백악관과 국방부가 주도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