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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방한한 외국인 관광객이 사상 처음 1700만명을 돌파했다. 그런데도 지금 제주·부산·인천마저도 관광업소가 문을 닫을 지경이라니 웬 말인가! 우리 관광산업이 외형은 엄청나게 성장했지만 그 내용은 너무 초라하기 때문이다. 2014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 관광객(1420만명)이 일본(1341만명)보다 많았지만 2016년에 일본은 2400만명을 돌파했다. 이대로 간다면 한·일 간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다. 모든 것이 중국의 사드 보복 때문인가? 그보다는 우리 정부가 블랙리스트나 만들고 정치권은 편 가르기에 열중할 때, 일본은 관광 입국을 내걸고 일치단결한 결과다.

2015년 11월 6일. 일본은 총리를 의장으로 하고 부총리를 포함한 각료 10명과 관광업 종사자 7인(외국인 2명 포함)으로 구성된 관광비전회의를 발족했다. 범부처 차원에서 관광 정책의 골격을 결정하고, 업무 조정은 내각의 2인자 격인 관방장관이 담당하게 했다. 이 위원회는 대담한 비전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시행 방침을 결정했다.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인 여행자 수를 2020년 4000만명, 2030년에는 6000만명으로 정하고, 선제공격적인 자세로 모든 부처가 협업하고 실천하게 했다.

우리나라도 관광 비전이 있기는 하다. 우리의 비전인 제3차 관광개발기본계획은 문화체육관광부가 10년 주기로 용역을 줘서 만들었다. 그러나 담당 부처의 장관조차 참여한 적 없는 용역 보고서가 범부처적으로 실천될 리 없다. 작년엔 문화관광부가 '문화관광산업 경쟁력강화 회의'를 마련했다. 이 회의가 제 기능을 하려면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고, 관련 장관 및 업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법적 기구로 승격시켜야 한다. 그래야 유엔이 2030년이면 18억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 국제 관광객에 전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외국인 관광객은 일본보다 한국에서 더 많은 돈을 쓰지만 실속은 일본이 더 챙긴다. 한국에는 면세점에서 명품을 사는 사람이 많지만, 일본에는 식도락을 즐기러 가는 사람이 많다. 일본에서의 관광 소비가 농어민의 호주머니를 채우고 고용 창출로 연결되는 비율이 높은 이유다. 식도락이 주목적인 여행객을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여행자는 배를 채우기 위해서만 먹는 것이 아니다. 지역의 '이야기'를 먹고 싶어 하고, 그런 음식을 통하여 체험하는 '즐거움'을 소비한다. 맛있는 음식으로 그 토지의 분위기와 경관, 소리와 향기, 그리고 서비스를 오감으로 느끼고 향유하면서 마음을 채우려 한다.

사드 후폭풍으로 관광산업이 휘청거린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사드가 아니다. 사드 문제가 해결돼도 나라와 나라 사이에는 언제라도 '또 다른 사드'가 불거질 수 있다. 정치와 외교의 영향으로 좌우되는 단체 관광이 아니라 성숙한 개인 여행객으로부터 선택받는 관광지를 만들어야 한다. 팔고 싶은 것이 아니라 사고 싶어 하는 것을 팔아야 한다. 사드 탓만 한다면 우리에게 희망은 없다.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정부와 지도자의 공통점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을 틈타 한류를 제친 일류(日流)는 치밀하게 준비한 결과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강형기 충북대 교수·행정학 기고자 : 강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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