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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전격적으로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차기 대선 구도가 급격히 요동칠 전망이다. 무소속이지만 보수와 중도를 아우르는 유력 후보였던 반 전 총장의 중도 하차로 차기 대선 구도는 일단 민주당, 새누리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4당 체제로 환원됐다. 반 전 총장의 사퇴로 '제3지대' 논의가 앞으로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도 관심이다. 범보수 진영에서는 반 전 총장의 빈자리를 놓고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된다.

◇보수 진영 대안은?

반 전 총장 불출마로 범보수 진영의 대선 주자는 아직 뜻을 명확히 밝히지 않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외에 바른정당 소속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 등이 남게 됐다. 김무성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원희룡 제주지사는 이미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반 전 총장 불출마로 인해 황 대행의 출마를 압박하는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상당히 많은 보수 세력이 황 대행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해서 10% 정도 지지율이 나온다"며 "당연히 우리 당 대선 후보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반 전 총장 불출마로 그에 대한 보수 유권자의 기대가 황 대행 쪽으로 쏠릴 것이라고 보고 있다. 황 대행은 대선 30일 전까지만 현직을 그만두면 법적으로는 출마에 문제가 없다. 하지만 국정 농단 사건에 대한 책임론, 권한대행의 대행 체제 초래 등 부정적 여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 변수다.

황 대행이 출마하지 않을 경우 현재로선 유승민 의원이 반 전 총장 중도 사퇴의 수혜를 볼 가능성이 있다. 유 의원은 반 전 총장을 제외하면 황 대행과 함께 여권 대선 후보 적합도 선두를 다투고 있다. 유 의원은 이날 반 전 총장 사퇴에 대해 "갑작스러운 소식이지만 고뇌 끝에 내리신 결정으로 존중한다"며 "보수층 지지자들 입장에서 많이 허전하실 것 같은데, 저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남경필 경기지사에게도 반전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남 지사 측은 70대(代) 반 전 총장의 퇴장으로 자신이 주장해온 '50대 기수론'이 주목받고, 반 전 총장을 지지했던 중도·보수층이 옮아올 것을 기대했다. 남 지사는 "이제는 미래를 읽고 만들어 갈 새로운 세대가 등장해야 한다"며 "시대의 요구는 정치의 세대교체로 흘러가고 있다"고 했다.

◇보수·중도 단일 후보 가능할까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 쪽도 반 전 총장의 부재(不在)가 자신들에게 호재(好材)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안 의원 측은 "반 전 총장이 들어오면서 안 의원의 지지세가 주춤한 측면이 있었다"며 "반 전 총장이 '진보적 보수'를 자처하며 잠식하고 있던 중도 진영의 표가 결국 안 의원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특히 안 의원 측은 나아가 보수 진영이 지리멸렬해 이번 대선이 사실상 문재인과 안철수의 1대1 구도로 흘러갈 경우 보수층 유권자까지 흡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 측은 반 전 총장 퇴장으로 '문재인 대세론'이 굳어지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하면서도 한편으론 강력한 경쟁자가 없어지면서 오히려 '불확실성'이 커진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정치권이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은 이른바 '반(反) 패권연대 빅텐트' 논의가 반 전 총장 사퇴로 어떤 영향을 받을 것인가이다. 어느 정당에도 몸을 담은 적이 없는 유일한 대선 후보였던 반 전 총장이 사라지면서 '제3지대 빅텐트'가 사실상 끝난 것이란 평가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관계자들 사이에선 "그동안 반 전 총장 측이 자기들 중심으로 모일 것을 요구하면서 오히려 더 복잡해졌던 측면이 있다"며 "새누리당과 친(親)문재인 세력을 뺀 나머지 정치 세력이 하나로 모이기 더 쉬워질 수도 있다"고 했다. 문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민주당과 1대1로 맞설 단일 후보 논의가 오히려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바른정당이 국민의당이 아니라 새누리당과 손을 잡는 보수 재결합을 할 경우도 생각할 수는 있다. 이렇게 되면 민주당과 국민의당, 보수 후보 등 3파전이 된다. 바른정당 다수 의원은 "새누리당과 다시 합하는 것은 최순실 사태 이전의 당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어서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하고 있지만 같은 당 후보인 유승민 의원은 최근 보수 단일 후보론을 주장하고 있다. 바른정당과 새누리당이 재결합하지 않고 각자 후보를 낼 경우 대선은 4파전으로 가게 된다. 지지율 1위인 문 전 대표나 '더 이상 철수는 없다'는 안철수 의원이 대선을 중도 포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기고자 : 황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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