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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12일 귀국한 지 20일 만인 1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반 전 총장은 귀국하자마자 전국을 돌며 민심을 듣고, 이후 여러 정치인을 만나는 등 20일간 쉼 없이 일정을 진행해왔다. 그 과정에서 의혹과 논란이 수차례 제기됐고 이 가운데 사실이 아닌 점도 많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은 귀국 직후 20%(한국갤럽)로 시작했지만 지속적으로 하향 곡선을 그려 불출마 선언을 한 1일엔 13.1%(리서치앤리서치)를 기록했다.

반 전 총장의 귀국 첫 메시지는 '정치 교체' '대통합' '반(反)패권'이었다. 그는 인천공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정권 교체가 아니라 정치 교체가 이뤄져야 한다"며 "저는 이 분열된 나라를 하나로 묶어서 세계 일류 국가로 만드는 데 분명히 제 한 몸을 불사를 각오가 돼 있다"고 했다. 이날부터 시작된 8일간의 전국 투어를 통해 반 전 총장은 14개 도시를 들렀다. 반 전 총장의 민심 투어는 좌우 진영을 가리지 않는 통합에 방점이 있었다. 하루에 영·호남을 모두 방문하고, 이승만 전 대통령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 모든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는 식이었다.

야권의 대선 주자들은 일제히 "반 전 총장이 주장하는 정치 교체는 박근혜 정권의 연장"(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반 전 총장은 정치를 해서는 안 될 사람"(이재명 성남시장)이라며 비판했다.

반 전 총장은 지난 16일 경남 김해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치킨과 맥주를 먹으며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문 전 대표를 제외하면 유력 후보가) 나밖에 없으니까 (대선 출마를) 멈출 수 없는 상황이 됐는데, (출마가) 운명이라면 운명이라고 생각한다"고 하는 등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반 전 총장에겐 매일 한 건꼴로 논란이 제기됐다. 귀국 직후 철도표 발매기에 2만원을 한꺼번에 투입하고 프랑스제 생수를 사려 한 것으로 시작해 선친 묘소 참배할 때 제례 절차를 무시했다는 '퇴주잔 논란' 등이 잇달아 제기됐다. 이 밖에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3만달러를 수수했다는 의혹, 동생 반기상씨의 뇌물 공여 혐의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됐고, 반 전 총장은 이때마다 억울함을 토로하며 적극 해명했다.

민주당을 제외한 새누리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당초 반 전 총장에 대해 우호적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비판적으로 변했다. "입당 등 명확한 입장을 제시하지 않고 모호하게 행동한다"는 게 이유였다. 반 전 총장은 '제3지대' 인사들을 주로 만났는데, 김종인 민주당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등이다.

반 전 총장은 지난 31일에는 개헌에 찬성하는 정당·정파가 모여 '개헌 협의체'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은 "일부 정치인의 태도는 지극히 실망스러웠고, 결국 이들과 함께 길을 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에 이르렀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래픽] 반기문 지지율 추이 기고자 : 이옥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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