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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0년이나 됐나요. 하긴 저는 아저씨, 팬들은 아줌마가 됐죠. 이젠 다른 오빠도 좀 찾아주세요."

'영원한 오빠'는 유니폼을 입은 선수로, 정장을 입은 감독으로 프로농구 20년 역사를 함께했다. 한국 농구의 황금기를 수놓았던 최고 인기 스타 이상민(45) 삼성 감독이다. 그는 프로농구 KBL 출범 원년인 1997년 대전 현대 다이넷(현 KCC) 소속으로 데뷔했고 지금은 감독을 맡고 있다. 1일로 출범 20년을 맞은 프로농구 KBL의 산증인이다.

수많은 농구 스타 중에서도 '인기'로는 이상민을 이길 선수가 없었다. 농구대잔치 열풍이 불던 1991년 연세대 1학년 시절부터 그를 보기 위해 소녀 팬들이 구름처럼 몰렸다. 그는 "제가 꽃미남도 아니었는데, 왜 그렇게 인기가 많았는지 모르겠다. 거꾸로 제가 팬들에게 이유를 물어본다"고 했다. 팬 투표로 선정되는 올스타에는 9년 연속 선정(역대 최다)됐다. "제발 다른 선수 좀 뽑아주세요. 더 수상 소감을 말할 게 없어요"라고 하소연한 일화는 유명하다. 실력도 '넘버원'으로 꼽혀, 프로 첫 시즌 챔피언을 포함해 은퇴(2010년) 때까지 총 3번 챔피언 트로피를 들었다.

감독으로 벤치에 앉은 지 벌써 3년이지만, 그는 아직도 "오빠" 소리를 듣는다. 구단 시즌권이 가장 먼저 매진되는 자리는 벤치 바로 뒷좌석이다. 이제는 아줌마가 된 팬들이 선점하기 때문이다. '손편지와 꽃다발'에서 '넥타이'로 바뀌긴 했지만, 선물 공세도 여전하다. 지난달 올스타전 감독을 맡아 들른 부산에선 모자를 푹 눌러쓰고 다녔지만, 그를 알아보고 셀카와 사인 요청을 하는 팬들이 넘쳤다.

"제가 올해 마흔다섯인데… 이젠 젊은 오빠들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지금의 올스타 선수보다 자신을 알아보는 팬이 더 많은 현실이 한편으로는 "씁쓸하다"고도 했다. 선수들의 기량은 더 좋아졌는데, 농구의 인기는 점점 식어간다는 느낌도 갖는다. "요새 젊은 선수들은 화려한 덩크도 하잖아요. 저희 때는 생각도 못했는데. 왜 농구장을 찾는 팬들이 줄어드는지 저도 이해할 수 없어요."

이 감독은 몸에 성한 구석이 없다고 했다. 무릎이 시려 계단을 오르기도 힘들 정도다. 감독 첫 시즌 '11승43패'라는 처참한 성적으로 꼴찌를 하고, 프로농구 역대 최다 점수 차 패배(54점 차) 기록도 썼다. 팬들로부터 '이상민의 극한직업 도전'이라는 위로 섞인 조롱도 들었다. 담배도 하루 2갑을 피웠다고 한다. 지난 2년간 "패배에 익숙해지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는 그는 "선수 때 꽃길 걷다가 흙길로 온 셈"이라고 했다.

'선수로 끝냈으면 영광만 남지 않았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한참을 생각하고 대답했다. "후배들이 어제보다 나은 선수가 되는 걸 보는 맛으로 감독합니다. 제가 가르친 걸 코트에서 보여주고, 그 선수가 한 단계라도 성장한 걸 보는 게 짜릿하거든요. '농구 했던 형' 이상민이 동생들과 함께하는 거죠."

지난 2년의 고생 끝에 삼성은 1일 현재 리그 2위(23승11패)를 달리며 우승 경쟁을 하고 있다. "선수는 우승해도 헹가래 못 받는다. (감독으로) 우승 헹가래 한 번은 받고 싶다"고 했다. "다시 농구가 뜨겁게 사랑받는 걸 보고 싶어요. 선수들 열심히 뛰게 하겠습니다. 답답해도 우리 세대가 다시 뛸 수는 없잖아요." 가장 사랑받았던 선수가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다던 말이다.

 

기고자 : 임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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