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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대해 야당인 민주당과 민주당 성향의 정·관·재계가 연합 방어선을 치며 '총력 반격'에 나섰다. 민주당은 트럼프 내각 인준 거부에 들어갔고, 지방정부는 불복종 운동과 소송전, IT(정보통신) 기업들은 저항 단체에 대한 자금 지원으로 '반(反)트럼프' 전선을 구축했다.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연판장에 서명한 국무부 소속 외교관도 1000여명으로 불어나 트럼프에 대한 항명(抗命)을 이어갔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에 대한 취업비자 축소를 검토하는 등 '마이웨이'를 선언했다.

미국 민주당은 지난 31일(현지 시각)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장관급 내정자에 대한 인준 투표를 거부했다.

미 상원 재무위원회와 보건·교육·노동·연금위원회의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이날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내정자와 톰 프라이스 보건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준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또 상원 법사위 민주당 의원들도 트럼프 최측근으로 '반(反)이민' 행정명령 설계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준 투표를 1일로 연기했다.

작년 선거에서 공화당이 상원 과반(52명)을 확보한 만큼 투표만 하면 인준은 별문제가 없다. 그러나 투표가 이뤄지려면 각 당에서 최소 1명이 참여해야 한다는 규정이 인준의 발목을 잡았다. 민주당이 계속 인준 투표를 거부하면 트럼프 내각 구성은 그만큼 늦어지게 된다. 공화당도 과거 이 조항을 이용해 오바마 행정부의 장관 인준을 늦춘 전력이 있다.

지방정부도 반기를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5일 불법 체류자를 추방하지 않는 지방정부에는 연방정부 재정 지원을 끊겠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이후 뉴욕·시카고 등 미국 400여 개 도시가 "그래도 불법 체류자를 추방하지 않겠다"며 불복종 운동에 돌입했다. 이른바 '피난처 도시'를 만든 것이다. 캘리포니아주처럼 '피난처 주'가 되려는 움직임도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피난처 도시에 예산 지원을 중단하려는 행정명령은 위헌이고 비(非)미국적"이라며 연방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워싱턴·매사추세츠·버지니아·뉴욕 등 4개 주 법무장관도 '반(反)이민' 행정명령이 위헌이라며 소송을 냈다.

이민자를 많이 고용하는 IT 기업들은 공동 대응에 나섰다. 로이터 통신은 "구글과 에어비앤비, 넷플릭스 등 10개 안팎의 IT기업이 트럼프의 행정명령에 대응하기 위해 1일 모임을 가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아마존과 여행업체 익스피디아는 워싱턴주가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위헌 소송을 내자 이를 지지하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이들은 반대 집회를 주도하는 시민단체에 수백만달러의 자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미국 언론들은 국무부 소속 외교관 7600여 명 중 1000여 명이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연판장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이 "행정명령을 따르지 않는 외교관은 떠나라"고 경고했지만, 오히려 동참자가 더 늘어난 것이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출범 2주도 안 된 행정부에서 놀라운 규모의 저항이 일어났다"고 했다.

곳곳에서 저항이 일어나자 백악관은 잠시 숨 고르기를 하는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이버안보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할 계획이었지만 이를 연기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 통신은 "반(反)이민 행정명령과 관련한 소송 대책을 마련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내각과 백악관 참모가 참석한 가운데 소송 관련 대책 회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 심사를 강화하는 내용의 행정명령 발동을 검토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반(反)이민'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WP는 "외국 출신 미국 입국자와 취업자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라며 "미국에서 자녀를 낳아 자녀에게 미국 시민권을 주려는 원정 출산에 제동을 거는 방안도 포함됐다"고 전했다.

[그래픽] 미국 민주당·지방정부·기업의 트럼프 압박 기고자 : 조의준
본문자수 :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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