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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중순, 쓸쓸한 뉴스가 있었다. 아이 셋을 둔 30대 여성 공무원이 육아휴직을 마치고 보건복지부로 발령받았다. 일요일 새벽에 출근해 계단을 오르다가 어지럼증으로 쓰러져 숨을 거두었다는 내용이다. 기사 앞부분을 보다가 목이 메어 더 이상 읽을 수가 없었다.

1980년대 우리나라는 인구 억제 정책으로 '가족계획'을 하였다.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는 포스터가 전봇대마다 붙어있었다. 새로 도입된 양수 검사는 기형아뿐 아니라 성(性)도 구별할 수 있었다. 불법이지만 남아 선호가 강한 사회여서 딸만 낳은 가정은 아들을 낳으려고 검사를 시도했다. 나도 딸을 둘 낳아서 양수 검사를 예약했다. 또 딸이라고 판명되면 생명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이 고민되었다.

1983년 11월 셋째 딸을 낳았다. 교육청에 휴직을 신청했지만 휴직 제도가 막 도입된 시기여서 담당자들도 이해가 부족하였다. "휴직하면 복직이 된다는 보장이 없다" "언제 복직이 될지, 얼마나 기다릴지 장담할 수 없다"는 부정적 답변뿐이었다. 급히 도우미 할머니를 구해서 출근했다. 새벽에 일어나 큰아이 유치원 보낼 준비를 하고, 둘째 아이 깨워서 밥 먹이고, 막내 우유 먹일 준비까지 해놓는다. 서둘러 집을 나서다가 계단에서 구두 굽이 걸려 나뒹굴기도 했다. 헐레벌떡 버스에 올라 가까스로 학교에 도착하면 겨울인데도 몸이 땀으로 뒤범벅되었다.

일하는 엄마가 적은 시절이라 직장에서도 배려해주지 않았다. 운동장 조회 날 지각하면 닫힌 정문 앞에서 끝날 때까지 지각한 학생들과 기다려야 했다. 마치 집에 가서 아이들이나 잘 키우라고 눈치 주는 것 같았다. 새 학기가 되면 시범 수업자를 뽑아서 공개 수업을 하는데 그해 명단에 내 이름이 들어있었다. 아기 낳고 몸도 채 회복되지 않았는데 과중한 업무를 맡았다고 선생님들이 측은하게 바라보았다.

바로 두 해 전, 둘째 딸 출산 2주 전에도 방학에 당직을 섰다. 임신중독으로 퉁퉁 부은 몸으로 나가 교장 선생님이 불러주는 원고를 받아 쓰고 정리하였다. 내일 교장단이 독도에 간다고 들었다. 어지럼증에 아무 생각 없었는데 교통비라도 드려야 했음을 나중에 깨달았다.

딸을 셋이나 낳았다고 교무실에서 선생님들이 수군거렸다. 시범 수업까지 맡았으니 영락없이 교장 미움을 산 것으로 짐작했다. 워킹 맘으로 산다는 것이 서러웠다. 하지만 주먹을 불끈 쥐고 속으로 소리쳤다. "딸을 셋이나 낳았는데 무얼 못 하겠는가? 할 수 있다!" 시범 수업은 1년 중 가장 바쁜 신학기는 피하려고들 하는데 나는 맨 먼저 하겠다고 했다. 수업을 마쳤을 때 "어려운 중에 맡겨 미안했는데 좋은 수업을 보여줘 고맙다"는 교장 선생님의 칭찬도 귓등으로 들렸다. 하염없이 눈물만 흘러내렸다.

그 후 서울 봉천동 산동네로 발령받았다. 어린이집이 갑자기 문을 닫아 산 중턱 학교까지 한 달 동안 막내를 데리고 출근했다. 아이들이 어려 집에서 가까운 학교가 절실했지만 다음에도 노량진 산꼭대기 학교로 발령받았다. 그래도 굴복하지 않았다.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이 실감 났다.

지난달 사망한 복지부 워킹 맘은 한 주간 70시간 넘게 근무했다고 한다. 새 업무를 익히느라 열심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산후에 건강부터 챙겨야 했는데 안타깝다. 한창 엄마 손이 필요한 세 아이를 생각해도 가슴 아프다.

요즈음은 남편들도 육아에 적극 동참한다. 남편이 휴직하고 육아를 전담하기도 한다. 우리 딸들 키울 때엔 여자가 직장에 가는 것이 보편화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어쩜 그렇게 손 하나 까딱하지 않던 남편이 원망스럽다. 딸 셋 키우며 흘린 눈물은 장독대 항아리에 넘치고 남을 것이다. 선배 워킹 맘으로서 후배 워킹 맘들을 위로하며 눈물을 닦아주고 싶다.

김성숙 총신대학교 강사 기고자 : 김성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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