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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56) 한국노총 신임 위원장은 2일 본지 인터뷰에서 "정부가 신뢰 관계를 깨버린 뒤 각종 노동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성과연봉제 밀어붙이기 안 돼"
김 위원장은 "정부가 어떤 의도로 임금피크제와 성과연봉제를 밀어붙이는지 모르겠지만, 노사 합의 없이 강행하다 보니 곳곳에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자기들은 임금피크제와 성과연봉제를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서, 무조건 도입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고도 했다.
"정부는 임금피크제를 적용받지 않습니다. 성과연봉제는 공공 부문 실적을 어떻게 측정하느냐가 중요한데, 수익과 공공성 중 무엇이 우선인지 평가 기준이 안 정해져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김 위원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근로시간 단축 방안이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우려했다. 근로시간 단축은 구조 조정 위기가 닥친 업종에는 기존 노동자의 고용을 유지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건실한 업종에선 근로시간을 줄여도 당장 신규 일자리 창출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대신 공공 부문 일자리 확충을 통해 청년 실업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가운데 공공 부문 고용률이 낮은 편에 속한다"면서 "정부가 대기업에서 쓸데없이 출연금을 걷지 말고 정확히 세금으로 걷어서 일자리 창출에 쓰면 국가 재정에도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청년 고용 문제 해결을 위해 중소기업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정규 교과과정에 노동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과정을 신설해 취업 희망자의 눈높이에 맞출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끌어안아야"
김 위원장은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을 끌어안아야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 간 격차가 해소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한국전력 노조위원장으로 있으면서 정규직 노조원의 반대에도 비정규직 근로자 145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사례를 소개했다. 자신들이 받을 보상 일부를 비정규직과 나눠야 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정규직 노조원을 설득했다는 것이다. "정규직 노조원의 반발이 왜 없었겠어요. 하지만 '당신은 지금 정규직이지만 당신 자식은 비정규직이 될 수도 있지 않으냐'고 꾸준히 설득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격차 확대의) 책임을 노조에 모두 떠넘기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노조 집행부가 이런 불합리한 현실을 용감하게 해결하려면 정부와 기업도 격차 해소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대기업이 원가절감을 핑계로 하도급 업체를 쥐어짜는 것도 격차 확대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이 기술을 개발해 생산성을 높이면 원도급 업체가 '당신들 이익 많이 남았으니 납품 단가를 깎겠다'고 합니다. 1·2차 하도급 업체 노동자는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3·4차 하도급 업체 노동자는 입에 풀칠할 정도의 임금만 받습니다. 부부가 정말 열심히 일해도 자장면 먹을 돈만 나오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도급 업체에 적정 이윤을 보장해 주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차기 정부와 신뢰 쌓이면 노사정 복귀 가능"
김 위원장은 노동계에서 노사정(勞使政) 대화를 강조하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도 "노동단체 힘이 예전보다 많이 줄었기 때문에 사회적 대화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는 취지로 여러 차례 이야기했다. 하지만 현 정부와는 신뢰 관계가 깨졌기 때문에 대화를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했다. "2015년 9월 15일 노사정이 대타협(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노동시장 구조 개선 합의)을 했지만, 정부는 다음 날 파견법·기간제법 등 노동 5법 입법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뒤통수를 쳤다"는 것이다.
한국노총은 차기 정부와 충분한 신뢰 관계가 쌓였다고 판단되면 노사정 회의에 복귀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또 이르면 상반기 실시될 조기 대통령 선거 때 친노동자 후보를 공개 지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선거는 차악(次惡)이라도 뽑아야 하는 것"이라면서 "한국노총의 제시 사항에 맞는 후보가 있으면 100만 조합원의 의견을 모아 정권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기고자 : 김기홍 손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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