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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확인한 통장 잔고는 11원. 집 구석에 있던 짜파게티 하나 아침에 먹었는데 맛이 왠지 이상하다 했는데, 유통기한이 지났네요. (…) 잘 참고 잘 버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시리도록 눈부신 하늘을 보고, 그리고 유통기한 지난 짜파게티를 보고 문득 터져버렸습니다."

지난해 여름 성균관대 인터넷 커뮤니티에 '가난, 지긋지긋하고 정말 힘듭니다'라는 제목 글이 익명으로 올라왔다. 조회수 7400여건을 기록한 이 글에는 동문들의 응원 댓글 수십건이 달렸다. '쪽지 주시면 밥 한번 사겠다'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해주겠다' '계좌번호를 보내주면 적은 금액이라도 보내주겠다'며 글을 올린 A씨에게 온정이 답지했다.

이 학교를 졸업한 김모(여·32)씨 역시 그중 한 사람이었다. 그는 "얼굴도 모르는 후배지만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며 "A씨가 쪽지를 보내 자신의 계좌번호를 남겼기에 15만원을 계좌로 보냈다"고 했다. 또 다른 졸업생 역시 "가난하고 힘들었던 대학원 생활이 생각나 생활비를 쪼갰다"며 10만원을 보냈다.

어려운 동문을 십시일반 돕는 미담(美談)처럼 보였던 이 일은 지난달 초 이 사이트에 A씨를 의심하는 글이 올라오면서 반전을 맞았다. 한 이용자가 "다른 인터넷 사이트에서 A씨가 올린 글과 비슷한 내용의 글을 봤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커뮤니티 운영진은 A씨가 최근까지 '어머니가 보이스피싱을 당했다' '돈이 없어서 정말 급한데 사채 쓰면 안 되겠죠?' '일하다 세상 떠난 누이가 생각난다' 등 경제 형편을 비관하는 내용의 글을 각각 다른 사람인 양 올려 동문들의 자선을 유도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사이트에서 확인된 피해 규모만 10여명 500여만원이다.

돈을 보낸 동문들은 학번과 실명을 입력하고 운영자 승인을 받아야만 가입할 수 있는 커뮤니티 특성상 A씨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으리라 생각했다고 했다. 성균관대 학생 이모(24)씨는 "A씨가 자신의 형편을 구체적으로 써서 거짓말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3만원을 보냈다"고 했다. 지난 연말 돈을 보냈던 김모씨는 "올해 초 A씨가 '선배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젠 밀린 월세가 괴롭게 하네요'라며 당당하게 돈을 요구해 당혹스러웠다"며 "A씨가 자신의 학과와 학번까지 밝히고 예의 바르게 답장해 의심조차 하지 못했다"고 했다. A씨가 커뮤니티에 가입한 신상 정보는 성균관대 학생의 것이었으나, A씨가 실제 이 대학 학생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동문들은 자체 조사에 나서는 한편 커뮤니티를 통해 유사한 피해 사례를 공유하고 경찰에 개별적으로 신고를 하고 있다. A씨는 최근 수원중부경찰서에 사기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수명이 신고했다"며 "피해 금액이 더 늘어날 수 있어 추가로 피해 신고를 받고 있다"고 했다. 기고자 : 유소연 탁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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