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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으로 읽는 한시] 밀양에 도착했다

    안대회

    발행일 : 2017.02.04 / 여론/독자 A26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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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양에 도착했다

    밀양은 전부터 하늘에 닿을 만큼 멀다 했는데
    벌써 발길이 이르렀네, 바로 그 밀양 땅에.

    조카들은 첫 대면이나 얼굴이 낯이 익고
    친구들은 반도 넘게 성명조차 잊어버렸다.

    산천이 아름다운들 어찌 내 땅이랴?
    소나무 국화는 남아 있어 고향이 맞다.

    강남에서 살아보려 궁리 많이 했나니
    농사든 고기잡이든 꼼꼼히 따져봐야겠다.

    入抵密陽

    密陽曾說接天長(밀양증설접천장) 忽已吾行到密陽(홀이오행도밀양)
    諸姪一初顔面識(제질일초안면식) 故人强半姓名忘(고인강반성명망)
    山川信美寧吾土(산천신미영오토) 松菊猶存亦故鄕(송국유존역고향)
    就食江南多少計(취식강남다소계) 耕農漁獵細商量(경농어렵세상량)

    백화자(白華子) 홍신유(洪愼猷·1724~?)가 서울을 출발해 밀양에 도착했다. 서울에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낙향하는 길이다. 하늘을 오르듯이 멀게만 여겼던 곳인데 말 타고 열흘 가니 도착한다. 그 사이 태어난 조카들의 얼굴을 보니 묻지 않아도 피붙이임을 알겠다. 고향 친구들은 이름조차 다 잊어버렸다. 밀양 산천이 좋다 해도 내 소유의 땅은 없어 앞으로 잘 살아갈지 의문이다. 하지만 낯익은 소나무와 국화를 보니 고향은 고향이다. 낙향해 꾸려 나갈 생계를 전부터 많이 고민했었다. 이제는 농사일이든 어부 일이든 해야 한다. 공부를 많이 하고 문과에 급제해도 서울에는 내가 차지할 자리가 없었다. 두려움과 기대가 교차하는 낙향이다.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기고자 : 안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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