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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의 벽돌책] 레이 커즈와일 '특이점이 온다'

하루키의 '쥐'는 파멸을 택한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은?
    장강명

    발행일 : 2017.02.04 / Books A17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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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 이후 '특이점'이라는 단어는 한국에서 작은 인터넷 유행어가 됐다. '특이점이 온 듯' '특이점이 온 누구누구' 등의 댓글을 종종 본다. 대충 뜻은 긍정적인 방향의 '미쳤다 미쳤어' 정도인 듯하다.

    꼭 10년 전 레이 커즈와일의 '특이점이 온다'가 국내 번역될 때와 비교해보면 격세지감이다.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기술적 특이점이라는 개념을 한 줄로 설명하기 위해 출판사는 고심을 거듭했다. 한국어판 부제인 '기술이 인간을 초월하는 순간'은 그야말로 절묘한 설명인데, 담당 편집자였던 현 조성웅 유유출판사 대표가 아이디어를 냈다. 원서 부제인 '인간이 생물학을 초월할 때'보다 낫다고 본다.

    그런 부연 설명 자체가 필요 없을 지금도 이 840쪽짜리 책을 읽어야 할까? 그렇다는 게 내 생각이다. 특이점이라는 개념은 이제 익숙하더라도 특이점을 둘러싼 논의는 그렇지 않다. 그리고 그 논의에서 가장 극단적인 주장이 이 책에서 상세히 펼쳐진다.

    커즈와일의 태도는 너무 낙관적이어서 도리어 심란하다. 이런 식이다. '노화와 죽음은 나쁜 거잖아. 기술로 정복해야지. 일단 나는 영양제를 매일 250알씩 먹고 있어. 종교가 죽음을 신성시하는 거야 여태까지 다른 방법이 없었으니까 그랬던 거고.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할 거라고? 우리가 인공지능과 결합해서 포스트휴먼이 되면 되잖아.'

    인류가 수백년 안에 광속을 넘어설 거라거나 우주가 우리의 지능으로 가득 차게 될 거라는 등의 의견은 물론 당치도 않게 들린다. 그러나 신경계 안에서 가상현실을 만드는 기술이라든가, 반대로 나노봇이 이미지와 음파를 조절해 현실세계 자체를 가상현실처럼 바꾸리라는 예상이나, '경험파 송신'을 통해 타인의 삶을 문자 그대로 체험할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은?

    읽다 보면 '특이점 논의'에 저절로 참여하게 된다. 저자는 기다렸다는 듯 '비판에 대한 반론'이라는 장까지 내놓는다. 그 반론이 기술 지상주의의 한계에 갇혀 있기에 책장을 덮은 뒤에도 비판적 독서는 이어진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양을 쫓는 모험'에 나오는 등장인물 '쥐'는 초월적 존재인 '양'과 결합해 세계를 바꿀 기회를 거부하고 파멸을 택한다. 쥐는 그에 대해 "여름 햇살, 바람 냄새, 매미 소리, 너와 마시는 맥주와 같은 나약한 것들이 무작정 좋아서"라고 설명한다.

    인간과 결합하려는 인공지능은 뭐라고 말할까? 살아서 그 답을 듣고 싶기도 하고, 가능하면 그 순간을 미루고 싶기도 하다.

    장강명 소설가
    기고자 : 장강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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