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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터치] "지금은 트럼프 시대, 한국 정신 차려라"

    강인선

    발행일 : 2017.02.04 / 여론/독자 A27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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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정부 출범 후 지난 2주는 트럼프 팀의 표현대로 '충격과 공포'의 시간이었다. '충격과 공포'는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할 때 썼던 전략이다. 초반에 핵심 군사시설을 집중 공격해 제압함으로써 상대의 전의를 꺾어버리는 방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여파가 엄청날 수밖에 없는 정책들을 마치 폭탄 던지듯 숨 가쁘게 내놓고 있다. 충격을 흡수하고 대응하는 건 상대방 몫이다.

    미국인들의 반쯤은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에게 박수 치고 있지만, 새 행정부 출범 이후 워싱턴 사는 일은 예전 같지 않다. 이슬람권 7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과 비자 발급을 잠정 중단하는 조치가 내려진 후 택시 운전사로부터 "혹시 주변에 피해 본 사람은 없느냐"는 안부 인사를 들었다. 외모가 '외국인'이라고 걱정해준 것이다. 저녁 모임에 가보면 사람들이 "내가 가진 비자는 괜찮을까"라고 불안해했다. 콩나물시루 같은 백악관 언론 브리핑룸에선 매일 대변인과 기자들 사이에 전쟁 같은 설전이 벌어지고, 어디선가 크고 작은 반(反)트럼프 시위가 계속된다. 가끔씩 "여기가 내가 알던 그 미국 맞나" 싶다.

    워싱턴 싱크탱크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존 햄리 소장은 최근 "우리가 1949년으로 되돌아간 것 같다"고 쓴 글을 돌렸다. 미국이 2차대전이 남긴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해야 했던 1949년과 비슷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며칠 전 의회에서 "현 세계 질서는 그냥 존재하는 게 아니라 미국이 만들고 유지해온 것으로, 우리가 그 노력을 중단하면 결국 붕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국제정치 교과서엔 '미국 우선'이 유일한 가치다. 가장 가까운 이웃인 캐나다와 멕시코와의 관계는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이 걸리면서 싸늘해졌고 멕시코와는 국경장벽 문제로 더 험악해졌다. 7개국 여행금지 명령으로 중동과 무슬림을 적으로 돌리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다행히 한국은 이 충격과 공포의 광풍을 비켜 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세 때 수시로 문제 삼던 방위비 분담과 자유무역협정(FTA)을 거론하지 않고 있다. 대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통화하고,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을 보냈다. 북핵 위협과 국내 정치 혼란 속의 한국을 배려하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중국과 북한 변수를 감안, 한국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호주 사례를 보면 마음을 놓긴 이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말 형제 같은 나라인 호주 총리와 전화하다 거칠게 끊어버렸다. 오바마 시절 약속대로 난민 1250명을 받아달라는 호주 총리의 말에 기분이 상한 것이다. 그러고는 또 다른 행사에 가서 "외국 지도자들과 거칠게 전화했다고 놀라지 말라"면서 "우리도 강하게 나가야 한다. 미국이 전 세계 모든 나라에 이용당해 왔는데 앞으론 그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했다.

    호주 반응도 격렬하다. "정치적 의지가 없는 동맹은 종잇장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난민 문제에 이 정도인데 정말 큰 위기가 왔을 때 이 동맹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반응도 나온다.

    유세 때부터 취임식까지 지켜본 트럼프는 놀라울 정도로 일관성이 있다. 미국은 늘 다른 나라들에 이용당하다가 미래를 위협당하게 된 나라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미국을 안전하게' 하고, '미국인에게 일자리를 돌려주겠다'는 것이 트럼프의 '비전'이다.

    트럼프 정부 출범 후 두 주가 지났을 뿐이다. 앞으로 4년 또는 8년 한국이 예외적인 대우를 받으리라고 볼 근거는 없다. 호주에선 "지금은 트럼프 시대. 호주, 정신 차려라"는 말이 유행이라고 한다. 한국도 똑같이 경계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최선을 희망하되 최악에 대비해야 한다. 현실은 그 중간 어디쯤 있을 것이다.


    기고자 : 강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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