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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일이면 개성공단이 '전면 가동 중단'된 지 1년이 된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대선 주자 대부분은 "남북 화해·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부와 대다수 전문가는 "공단 폐쇄 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두 건의 대북 제재 결의로 인해 지금은 공단을 열고 싶어도 열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고 있다.

◇안보리 결의로 재개 어려워

작년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결의 2270호(3월 2일), 5차 핵실험에 맞서 결의 2321호(11월 30일)를 각각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안보리 결의는 국제법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김남중 통일부 통일정책실장은 지난달 4일 업무보고 브리핑에서 "2270·2321호가 제한하는 부분을 고려할 때 공단 재개에 많은 제약이 있다"고 말했다.

우선 개성공단 임금 지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북한 노동자 월급은 우리 입주 기업들이 개성공단에 개설된 우리은행 지점에 입금(매달 1000만달러 안팎)하면 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이 일괄 수금해갔다. 총국은 전액을 '상부'에 상납하고 노동자들에겐 임금의 30~40%에 해당하는 물품교환권과 북한 화폐를 나눠줬다. 하지만 결의 2321호는 북에 존재하는 회원국들의 금융기관과 은행 계좌의 폐쇄를 의무화(31항)했다. 우리은행 영업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금융기관의 신규 개설은 이미 2270호(34항)에서 금지된 상태다.

기업들이 인편으로 총국에 뭉칫돈을 전달할 수도 있지만, 결의 2321호는 이 같은 '뭉칫돈'(bulk cash)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전용될 위험성에 주의를 촉구(35항)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전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현금을 줄 수 있다는 것이라 사실상 금지한 것"이라고 했다. 더구나 우리 정부는 달러 상당액이 핵·미사일 개발을 지도하는 노동당 지도부에 전달된 것으로 본다. 현금이 아닌 식량 등 현물을 주면 안보리 결의 위반은 아니다. 하지만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물자를 준다면 북한이 수용할 가능성이 없다"고 했다. 북한은 과거 우리 언론이 '금강산 관광 대가로 현물을 주자'고 할 때마다 "해괴한 발상" "논의할 가치도 없다"고 했다.

결의 2321호는 대북 무역을 위한 모든 공적·사적 금융 지원의 제공을 금지(32항)하며 '수출신용, 보증 또는 보험' 등을 사례로 적시했다. 정부가 공단 입주 기업들에 각종 금융 혜택을 줄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동안 정부가 입주 기업들에 대출해준 시설 자금과 공장 운영 자금 등이 2835억원이고, 공단 가동 중단 때 지급한 경협보험금 등이 6650억원이다. 비입주 기업들 사이에서 "과도한 특혜"란 말이 나올 정도로 종류도 많고 규모도 컸다. 정부 당국자는 "각종 금융 지원은 정치·안보 상황에 따라 공단이 차질을 빚을 것에 대비한 '안전판' 역할을 했다"며 "이게 없어지면 공단이 재개돼도 들어갈 기업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결의 2270호는 북한을 드나드는 화물에 대한 전수 검색을 의무화(18항)했다. 개성공단은 정상 가동되던 시절에도 '전수조사'를 고집하는 북한의 통관 절차 때문에 입주 기업들의 불만이 컸다. 한 입주 기업 관계자는 "남·북 양쪽에서 원자재·완제품에 대한 전수조사를 받다가는 제때 납품이 어려워 기업 활동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국제사회 공조에도 역행"

공단 재개에 찬성하는 인사들은 남북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한다. 야권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가 북한의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에도 공단을 유지한 것은 공단이 남북 관계에서 지렛대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며 "이걸 포기한 것은 전략적으로 어리석었다"고 했다. 일각에선 "개성공단은 안보리 결의에 적시되지 않았고, '민생용 예외'에 해당해 재가동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개성공단의 긍정적 측면도 분명 있지만, 공단을 유지했더라도 결의 2270호 때문에 얼마 안 있어 강제로 닫았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당시 정부 내엔 '어차피 닫을 거 우리가 주도하자'는 기류가 있었다"고 했다. 개성공단 가동이 민생용 예외에 해당한다는 주장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민생용 예외는 북한과의 석탄·철·철광석 거래(2270호 29항)에만 국한된 얘기"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개성공단 재개를 밀어붙일 경우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공조에 역행하는 것은 물론, 외교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재천 서강대 교수는 "개성공단을 재개하면 어렵게 형성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공조에 심각한 균열을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 주요 대선주자들 개성공단 관련 입장 기고자 : 이용수 김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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