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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과 공포'를 던진 트럼프 미 행정부의 통상정책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장·단기 대책의 두 단계로 나눠 이뤄져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환율전쟁·무역보복 같은 양자(兩者)적 압박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 미국은 우리를 비롯하여 중국·일본 등을 정신없이 몰아붙일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중·장기 대책이다. 단기적 충격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주도할 새로운 아시아·태평양 무역협정에 대비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밝힌 통상정책의 핵심은, 일자리가 미국으로 돌아오게 하고 미국의 제조업을 지원하기 위해 '공정하면서도 거친' 무역협상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 대상으로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의 철회,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재협상이나 탈퇴, 그리고 무역협정을 위반하는 국가에 대한 감시를 열거했다.

한·미 간 통상 현안으로 떠오를 이슈는 TPP의 철회,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의 재협상이나 파기, 무역협정 위반사항에 대한 감시 강화다. 무역제한 조치 공세의 강화는 거의 확실하다. 따라서 미국이 보복하기 전에 우리가 법·제도를 정비하는 예방적 차원의 법무 대책이 강화돼야 한다. 미국은 덤핑이나 보조금 등 전통적인 것들 외에 환율 문제도 들고나올 것이다. 트럼프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45%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여러 번 언급하였는데, 한국도 비슷한 취급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 중국 등 6개국과 함께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돼 있다. 이들 기준이 강화될 움직임이 있으므로 현재의 기준은 물론이고 기준의 변화에 대해서도 적절한 대비가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질로 보거나 단기적 성과를 내려는 목표를 고려할 때, 트럼프 행정부 초기의 통상정책은 양자적 압박이 주가 될 것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중장기 대책이다. 흔히 트럼프 행정부는 다자(多者) 차원의 무역협정보다 특정 국가와의 일대일 양자적 접근에 치중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나 이것은 착각이다. 트럼프는 오바마 행정부가 일본과 함께 주도한 TPP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아·태 지역의 다자간 자유무역의 틀을 완전히 포기했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트럼프 정권 중반기가 되면 이 문제가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양자적 압박을 통한 성과는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당초 TPP의 정책목표는 대(對)중국 견제와 관세 인하를 넘어 비관세 장벽 완화와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등 미국이 주도하는 무역 규범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이 목표는 여전히 유효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미국은 아·태 지역 무역협정을 다시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미국 주도의 아·태 무역 질서와 중국 주도의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이 경쟁을 벌일 것이다. 우리는 이에 대비한 중장기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선거 기간에 트럼프 측 참모들은 한미 FTA에 대해서도 재협상 가능성을 여러 번 언급했다. 그러나 전면적 재협상보다는 법률시장 개방 등 그간 이행이 미흡했다고 평가해온 분야의 성실한 이행과 무역 불균형 완화 등이 목표일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한 협상안을 마련하고 한미 FTA가 미국에 이롭다는 여론을 확산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서철원 국제경제법학회 회장·숭실대 법과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