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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에 중국에선 중국제 '위안주비 비터우(圓珠筆 筆頭·볼펜 심용 볼)'를 개발했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한국에선 '볼펜 심 개발이 뭐 그렇게 대단하냐'고 볼 수 있겠지만 중국에선 그렇지 않다.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2015년 12월 "중국 기업들이 볼펜 하나 제대로 못 만드느냐"고 질책하면서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됐다.

중국은 한 해 400억 개의 볼펜을 만든다. 전 세계 공급량의 80%를 담당하는 볼펜 생산 대국(大國)이다. 하지만 핵심 기술인 볼펜 심은 만들지 못해 90%를 일본, 독일 등에서 수입한다. 중국은 한 해 철강 8억t을 생산하는 세계 1위 철강 대국이지만, 정작 볼펜 심 제조에 필요한 고강도 스테인리스강은 생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볼펜 심 개발 노력은 집요했다. 지난 2011년 볼펜 국산화를 중점 사업으로 선정하고 예산 6000만위안(약 102억원)을 투입했다. 실무는 국유기업이 맡았다. 한 해 강재(鋼材) 1000만t을 생산하는 기업이 고작 한 해 1000t 수요에 불과한 볼펜 심용 스테인리스강 개발에 투입됐다. 중국 최대 스테인리스강 생산 업체 타이위안(太原) 철강은 5년여 연구 개발 끝에 작년 볼펜 심용 2.3㎜ 두께의 고강도 스테인리스강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올 들어 볼펜 제조업체 베이파(貝發) 그룹은 중국산 볼펜 심용 스테인리스강으로 100% 중국제 볼펜을 개발했다.

중국산 볼펜 심 개발 과정은 중국 정부가 국산화에 얼마나 집착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국산화에 드는 비용보다 '중국산화' 자체가 중요한 과제였다. 중국의 국산화는 한국의 국산화와는 다르다. 세계 성장의 30%를 기여하는 중국이 국산화를 우선시한다는 건 성장의 과실을 다른 나라와 나누지 않겠다는 뜻이다.

중국은 그동안 한국 상품이 중국에서 잘나가면 어떻게든 밀어냈다. 세탁기, 에어컨, 냉장고 등 가전제품과 굴착기 등 분야에서 한국 브랜드가 중국 내수 시장을 장악했다가 밀려났다. 중국 정부는 한류 주역 한국 드라마에 대해 2012년 프라임타임(오후 7~10시) 방영을 금지하고 2014년 인터넷 방영까지 통제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이 2010년 이후 반도체 굴기(?起·우뚝 섬)를 선언하고 2025년까지 1조위안(약 17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한 것도 중국 시장을 장악한 '세계 1위 한국 반도체'를 무력화하려는 것이다.

작년 7월 우리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국내에선 중국의 경제 보복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사드 이슈 밑바닥에 도사린 중국의 국산화 집착을 보지 못하면 대중(對中) 통상 문제의 근원을 오판할 수 있다. 사드 이슈가 없어진다고 해서 중국의 '중국산' 집착이 사라질 리 없다. 중국이 추격 못 할 첨단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중국과의 공생을 모색하는 '중국과 함께 제조(made with China)'도 구호로만 머물지 않게 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