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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도 맞는 것이 두렵지 않다. 나이도 숫자에 불과하다."

불혹을 넘긴 파이터는 투혼의 승리를 거두고 눈시울을 붉혔다. 전 프로복싱 세계챔피언 최용수(45)가 5일 WBC(세계복싱평의회) 유라시아(EPBC) 라이트급 실버타이틀 매치(밀레니엄서울그랜드호텔)에서 10라운드 TKO승으로 타이틀을 따냈다. EPBC는 WBC의 유라시아 지역 기구로, 실버타이틀은 아시아 최강이라는 의미가 있다.

45세 복서 최용수의 상대는 21세나 어린 넬슨 티남파이(24·필리핀)였다. 최용수는 특유의 저돌적인 움직임으로 상대를 파고들며 압박했다. 오히려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티남파이의 발은 무거워졌고, 최용수는 가벼운 스텝으로 계속 상대를 공략했다. 마치 20년 전 전성기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이후로도 최용수의 주먹이 계속 티남파이의 얼굴에 꽂히자 심판은 12라운드 중 10라운드 만에 최용수의 TKO 승리를 선언했다. "시계가 1998년으로 돌아간 것 같다"는 팬들의 반응이 나왔다.

최용수는 지난해 4월에 13년 3개월 만에 링에 돌아와 복귀전(나카노 가즈야 전)에서 TKO 승리를 거뒀다. 그는 두 번째 경기에서 또 TKO 승리를 거두고 WBC 세계챔피언이라는 목표에 다가가고 있다. 최용수는 경기 후 "챔피언 시절보다 2~3배 강도 운동을 했다. 최선을 다하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고 했다.

최용수는 1990년대 고(故) 최요삼과 함께 한국 복싱의 마지막 황금세대를 수놓았던 선수다. 그는 1995년 12월 세계권투협회(WBA) 수퍼 페더급 챔피언에 오른 후 1998년까지 7차례 방어전에서 승리해 3년여 세계챔피언을 지켰다. 2003년 은퇴 이후 사업 실패로 트럭 운전을 할 만큼 어려운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링에 서고 싶다"며 돌아왔다.

기고자 : 임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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