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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가는 대학에 못 갔어도 불평 한마디 안 하던 착한 딸인데…."

지난 4일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의 주상복합 건물 메타폴리스 상가 화재로 숨진 강모(27)씨의 유가족은 날벼락 같은 사고 소식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3남매 중 장녀인 강씨는 몇 년 전부터 상가 3층에 있던 두피클리닉에서 두피관리사로 일했다. 넉넉하지 못한 집안 형편을 거들려고 대학 진학은 포기하고 곧바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강씨의 이모부는 "조카가 스무 살 때부터 온갖 아르바이트를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일해 5000만원을 모았다"며 "월급을 아껴 쓰면서도 부모님과 동생들에게 용돈까지 준 착한 딸이자 누나였다"며 고개를 떨궜다. 병원으로 달려온 강씨의 어머니는 딸의 이름을 부르며 통곡하다 응급실에 실려 갔다. 강씨 아버지는 "화재경보기가 안 울렸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는데 그게 제일 화가 난다"고 말했다.

두피클리닉에 있던 손님 강모(45)씨도 직원 강씨와 함께 의식 불명 상태로 발견돼 병원에 후송됐으나 숨졌다. 유독가스에 질식한 것으로 보인다. 클리닉의 창을 통해 건물 밖에 설치된 에어매트리스로 뛰어내린 사람들은 "남자 손님(강씨)이 다른 이들이 먼저 탈출하도록 기다렸다"고 밝혔다.

발화 지점인 '뽀로로 테마파크' 철거 작업장에서 숨진 채 발견된 근로자 정모(50)씨는 지적 장애가 있는 두 아들을 돌보던 가장(家長)이었다. 몇 년 전 인테리어 사업에 실패하자 개인용달·건설일용직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가족을 돌봤다고 한다. 철거 작업장엔 일용직으로 이날 처음 왔다. 정씨의 형은 "동생이 엊그제 '요즘 너무 힘들다'고 고민했는데, 이렇게 황망하게 떠날 줄 몰랐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번 사고로 철거업체 현장소장 이모(63)씨도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