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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與野) 대선 주자들은 최근 "4차 산업혁명에 앞장서겠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와 관련된 법안들은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정치권과 산업계·학계 등에선 "대선 주자들이 당장 필요한 법안부터 통과시키는 데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 1일 "자율주행차가 달릴 수 있는 스마트고속도로, 초고속 사물인터넷(IoT)망을 만들겠다"고 했다. 무인비행장치(드론)를 날리는 시연도 했다. 그러나 자율주행차와 사물인터넷, 드론 산업 발전을 제한하는 규제를 풀어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 규제프리존특별법은 10개월째 국회 상임위에서 잠을 자고 있다. 민주당이 "규제를 과도하게 풀 경우 공공성이 침해될 수 있다"며 반대하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는 또 "전기자동차 산업 강국을 구축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수소·전기화물차 도입을 골자로 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은 7개월째 상임위 심사 중이다. 현재 증차(增車)가 제한돼 있는 화물차에 대해 전기·수소차 등은 증차를 허용해 주자는 이 법안은 민주당이 "기존 화물 노동자들이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사물인터넷' 역시 마찬가지다. 가정용 의료기기와 웨어러블기기들을 스마트폰 등과 연동해 진료·헬스 산업을 육성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들이 "의료 민영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대하는 야당들 때문에 몇 년째 묶여 있다.

이 밖에도 ▲빅데이터 이용·산업진흥법 ▲인터넷 전문 은행 도입을 위한 은행법 개정안 ▲클라우드 펀딩 활성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 ▲줄기세포 치료 활성화를 위한 첨단재생의료법 등이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민주당은 은행법과 관련해선 "은산(銀産·은행과 산업자본) 분리 원칙에 어긋난다"며 막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 1일 "규제가 신산업 성장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하면서도 '좋은 규제'는 지키겠다"고 했다. 민주당이 취해 온 입장이 문 전 대표가 말한 '좋은 규제'라고 한다면 4차산업 육성 공약은 사실상 구두선(口頭禪)에 그칠 가능성이 큰 셈이다. 또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만들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율성"이라며 "(4차산업은)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는 기반을 닦는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의당이 적극 나섰다면 국회에 계류된 각종 법안들은 통과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의 '민간 자율' 약속 역시 행동으로 먼저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와 관련 산업 종사자들은 "4차 산업혁명이 국회에서 발목이 잡혀 있는 현실을 대선 주자들이 아는지 모르겠다"며 "무슨 규제 때문에 어떤 산업이 안 되고 있고, 어떤 법이 통과되지 않아서 무슨 문제가 생기는지부터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 기사 A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