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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고 싶은 영화, 내가 직접 투자한다"

관객들 크라우드 펀딩 바람… 영화 소액 투자 활발해지며 관객, 연출 의도·배우 따라 모금
    이태훈

    발행일 : 2017.02.07 / 문화 A18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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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 목요일 저녁, 서울 CGV용산의 4개 상영관은 1000여 명의 '투자자'로 북적였다. 극장을 휩쓰는 블록버스터 영화가 아니라, 일제강점기 종군위안부 소재의 독립영화 '눈길'의 크라우드 펀딩 투자 시사회에 몰린 사람들. 내달 1일 개봉 예정인 이 영화를 미리 보고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자리였다. 상영 뒤 앙케트에선 75%(438명 응답)가 "꼭 투자하고 싶다"고 답했다. "살아계시는 동안 꼭 진정한 사과를 받으시길 바란다" "소중한 사람들과 꼭 극장에서 보고 싶다" 같은 소감도 쏟아졌다. 이 영화는 다음 날인 3일 오후 2시 펀딩 시작 뒤 30분 만에 1차 목표액 4000만원을 채웠고, 월요일인 6일 오후엔 수정 목표액 3억원도 훌쩍 넘는 투자가 몰렸다.〈그래픽〉 배급사 엣나인필름 주희 이사는 "놀라서 어안이 벙벙할 만큼 반응이 뜨겁다"고 했다.

    영화를 즐기는 새로운 방법, 투자

    '군중(crowd)'과 '재원 마련(funding)'을 합친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은 본래 창작자·발명가·벤처기업 등이 인터넷 등을 통해 다수로부터 소액을 모금하는 방식. 과거 '귀향' 등의 영화는 일종의 기부인 '후원형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작비를 모았다. 예를 들어 1만원을 후원받으면 그 돈으로 영화를 만들고, '선물'로 영화표 등을 주는 방식이다. 작년부터는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이 도입되면서 영화에 대한 소액 투자가 본격화됐다. 1인당 투자 가능한 최고액은 200만원으로, 투자액에 따라 수익 혹은 손실을 나누게 된다는 점에서 후원형과 다르다. '인천상륙작전'이 첫 사례. 크라우드 펀딩 전문 기업 '와디즈' 윤성욱 이사는 "지금 관객은 단순히 수익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연출 의도, 주제 의식, 좋아하는 배우 같은 다양한 이유로 투자한다. 좀 더 적극적으로 영화를 즐기는 하나의 방식이 된 것"이라고 했다. 관객이 수동적으로 좋은 영화를 기다리는 걸 넘어 '보고 싶은 영화를 찾아 직접 투자한다'는 만족감이 크다는 것이다.

    지난 1일 개봉 뒤 줄곧 국내 다양성 영화 흥행 1위로 꾸준히 관객을 모으고 있는 '뚜르: 내 생애 최고의 49일'도 크라우드 펀딩 단계부터 힘을 받았다. 작년 11월 첫 투자시사회 뒤 소문이 나면서 펀딩 목표액 6000만원을 초과 달성한 것이다. 영화는 희귀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청년의 기적 같은 프랑스 사이클 코스 '뚜르' 도전기. 배급사 리틀빅픽쳐스는 "관객 투자자들이 '내 영화'라고 생각해준다. 한 분 한 분이 주변에 적극적으로 소문을 내는 홍보 요원을 자임하는 것"이라고 했다.

    "관객 투자자, '내 영화'라 생각"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은 최고 성공 사례. 관객 300만명을 넘어서면서 투자자 모두 40% 수익을 나눠 받게 됐다. 200만원을 넣은 사람은 280만원을 받게 됐다는 의미다. 수입사 미디어캐슬 강상욱 이사는 "워낙 열성 팬이 많아서, 국내 상영만 된다면 직접 투자할 사람이 많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했다.

    정상적 투자 유치 과정에서 성과가 없자 군중심리에 기대 손쉽게 투자금을 모으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게다가 버는 영화가 있으면, 잃는 영화도 있다. 지난해 '인천상륙작전'의 5만명 넘는 투자자는 올 1분기 안에 25.6%의 수익을 배당받을 예정. 반면 영화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흥행에 실패한 심은경 주연의 '걷기왕', 안성기·조진웅 주연의 '사냥'등은 투자 손실률도 높았다. '걷기왕'의 투자 손실률은 80%가 넘을 전망이다. IBK투자증권 관계자는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은 기본적으로 비상장 장외 주식 투자와 같다. 리스크가 큰 만큼 투자에도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픽] 최근 영화 크라우드 펀딩 사례 / 희비 엇갈리는 크라우드 펀딩 성적


    기고자 : 이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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