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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편의위해… 스프링클러도 경보기도 안전은 꺼놨다

서울시내 공사장 돌아보니 관행처럼… '제2 동탄 참사' 우려
    권상은 주형식 김승현 김형래

    발행일 : 2017.02.07 / 사회 A11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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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명이 숨지고 47명이 다친 경기 동탄신도시의 초고층 주상복합건물 상가 화재 사건을 조사 중인 경찰은 6일 "4일 오전 11시쯤 불이 났을 때 해당 구역의 화재경보기와 스프링클러뿐 아니라 연기 배출 및 공기 공급 기능을 하는 급배기팬, 유도등, 방화 셔터 등 모든 화재 대비 시설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유가 있었다. 이 상가 건물에서 방재를 담당하는 직원 A(53)씨는 경찰에 "불이 나기 사흘 전인 1일 오전 10시 14분쯤 상가의 방재 시설을 수동 제어로 변경했다"고 진술했다. 이 방재 시설은 평상시 불이 나면 자동으로 작동하도록 설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A씨가 이를 수동 조작 상태로 바꿨다는 것이다. 그는 "공사를 하면서 생기는 불꽃이나 연기 등에 시설들이 반응해 작동할 경우, 대피 소동이 일어나면서 안전사고가 날까 봐 그렇게 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불이 나고 5분이 지나서 방재 시설을 가동시켰다. 하지만 방화 셔터 등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이 바람에 대량의 유독가스가 순식간에 건물 안에 가득 차면서 피해가 커졌다. 현행법상 소방시설을 폐쇄·차단해 인명 사고가 발생하면 최대 징역 10년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이번 사고 현장뿐 아니라 국내 공사 현장에선 관행적으로 화재경보기나 스프링클러 같은 장치를 끄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화재가 일어나면 무방비 상태에 놓일 위험이 크다. 본지가 6일 찾은 서울 종로구의 한 5층 건물 리모델링 공사 현장에선 용접 작업이 한창이었는데도 화재경보기는 꺼져 있었다. 30대 남짓한 인부 2명이 용접하는 동안 사방으로 불꽃이 튀었지만, 주변엔 소화기조차 찾을 수 없었다. 현장 관리소장 유모(30)씨는 "밀폐된 공간에서 작업할 땐 분진이 나기 때문에 화재경보기가 자주 작동한다"며 "작업에 방해되기 때문에 위험한 줄 알면서도 화재경보기를 꺼 놓는다"고 말했다. 용접공 박건우(28)씨도 "배관 작업을 할 때 불이 날 위험이 높은 건 사실"이라면서도 "작업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사전에 스프링클러의 물을 다 빼놓곤 한다"고 했다.

    점포가 밀집해 있고, 전기 시설이 노후한 전통시장도 위태롭긴 마찬가지다.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의 화재경보기 중 일부엔 상인들이 발신기 버튼에 테이프를 붙여 비상시에도 누를 수 없게 만들어놨다. 고장이 잦다는 것이 이유였다. 서대문구 모래내시장에서 설치된 화재경보기 10개 중 2개는 버튼을 누르지 못하도록 덮개가 돌려진 채였고, 1개는 발신기 부분이 부서져 있었다. 시장에서 이불 가게를 운영하는 이모(61)씨는 "구청에서 정기적으로 점검을 나오긴 하는데 매번 화재경보기까지 확인하지는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소방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아 참사가 나는 행태는 최근 몇 년간 되풀이되고 있다. 9명이 숨지고 60여 명이 다친 2014년 경기 고양터미널 상가 화재가 대표적이다. 당시 인부들이 가스가 새는 사실을 모른 채 용접을 하다 불이 났다. 지하 1층에 있었던 스프링클러 전원은 공사 편의를 위해 꺼져 있었고, 배관 속 물까지 빠진 상태여서 불을 초기에 잡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화재 예방 시설은 완벽히 갖추고도, 정작 평상시엔 화재 안전 규정을 지키지 않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안전보건공단 김인성 산업안전부장은 "연면적 5000㎡가 넘는 대형 건물의 경우 6개월마다 소방 시설 작동 여부 등에 대해 소방서에 보고할 의무가 있다"면서 "하지만 평소 화재경보기를 꺼 놓는지 여부 등의 관리 실태를 점검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래픽] 최근 4년간 용접·절단 작업 중 발생한 화재
    기고자 : 권상은 주형식 김승현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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