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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 한국 가랑이 찢는 G2의 重商主義

    김홍수

    발행일 : 2017.02.07 / 여론/독자 A31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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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은 2차 세계대전 후 국제 통화 질서를 새로 짠 브레턴우즈 회의에서 영국으로부터 기축통화국 자리를 빼앗았다. 당시 영국은 파운드화 지위를 지키기 위해 당대 최고의 경제학자 케인스를 협상 대표로 급파했다. 하지만 케인스의 화려한 언변과 지식도 미국 재무부 무명(無名) 관료의 우격다짐 앞에선 무용지물이었다.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은 "세계대전으로 폐허가 된 세계가 어처구니없게도 미 달러에 너무 많은 특권을 부여했다"고 분통을 터트렸지만, 국제 무대에선 힘이 곧 정의인 걸 어쩌랴.

    이후 미국은 70년 이상 기축통화국의 특권을 맘껏 누려왔다. 기축통화의 이점은 화폐 주조 효과(Seigniorage effect)로 설명된다. 1달러 원가를 들여 100달러 지폐를 찍어내면 99달러의 이득을 본다. 미국은 특혜를 누리는 대신 세계의 소비 시장 역할을 하며 '글로벌 분업 체계'를 구축했다. 미국의 무역 적자는 이런 특권의 부산물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누리는 특권은 외면한 채 다른 나라의 환율 조작 탓에 미국이 착취당하고 있다는 황당한 주장을 펴고 있다. 미국 내 일자리 감소는 중국의 일자리 도둑질 때문이라고 우기면서, 외국 기업에 미국에 공장을 짓고, 미국인을 채용하며, 미국산 부품을 사용해 완성품을 만들라고 강요하고 있다.

    국부(國富) 증진을 위해 수출을 촉진하고 수입을 억제하겠다는 정책은 18세기까지 유행했던 중상주의(重商主義)에 뿌리를 두고 있다. 기축통화국이자 세계 1위 경제 대국이 식민지 쟁탈전과 세계대전으로 귀결된 중상주의 노선으로 가겠다는 건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선택이다.

    미국과 함께 세계 경제 양대 축(G2)인 중국은 어떤가. 트럼프가 자국 우선주의 기치를 내걸자, 중국은 자유무역의 수호자를 자임하고 있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최근 다보스포럼에서 "세계화가 상품·자본 이동, 과학·기술의 진보, 문명화를 촉진해 세계 경제 발전을 견인해 왔다"면서 자유무역을 옹호했다. 하지만 '대국(大國)' 중국의 행태는 표리부동하다. 알리바바 등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구글,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기업의 중국 진출을 막고, 사드 배치 추진에 불만을 품고 한국에 치졸한 보복극을 펼치고 있다.

    트럼프 이후 세계 경제는 대국들이 체면도 팽개치고 자국 이익만 탐하는 대혼돈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세계 11위 경제 대국이라지만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 경제는 '중상주의'로 재편되는 세계 경제 질서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양다리 걸치기 식 '전략적 모호성'은 미국과 중국 양쪽으로부터 다 외면받기 십상인 위험한 선택이다. 냉엄한 국제 지정학 구도에서 정치와 경제는 별개로 가기 어렵다. 한강의 기적은 굳건한 한·미 안보 동맹에 기반한 것이었다. 향후 세계 산업 판도를 좌우할 4차 혁명의 선두 주자는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다. 중국과는 경쟁 업종이 대부분 겹친다. 주력 제조업이 경쟁력을 잃어 산업 재편이 시급한 한국 경제로선 미국의 제조업 부활 흐름에 올라탈 필요가 있다. 한·미 간 산업 협력을 강화하고 경제 상생 모델을 재구축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한·미 FTA 재협상을 겁낼 게 아니라 적극 활용하겠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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