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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 칼럼] 과학논문, 실험 때마다 결과 다르다니

    이영완

    발행일 : 2017.02.07 / 여론/독자 A31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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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자들은 '사(士)'자가 들어간 직업을 좋아하지 않는다. 자신들은 매일 연구에 몰두해도 이렇다 할 성과를 얻기 어려운데, '사'자들은 시험 한 번 잘 보면 평생 먹고살 자격증을 얻는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과학자들에게도 한 번에 인생을 바꿔줄 자격증이 있다. 바로 '네이처(Nature)' '사이언스(Science)' '셀(Cell)' 같은 세계적인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이다. 과학계에서는 이 학술지들 영문 머리글자를 따서 NSC 논문이라고 한다. 교수 임용은 물론이고 정부 연구비 심사에서도 NSC 논문 한 편이면 '사'자 직업의 어떤 자격증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최근 이 NSC의 권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지난달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공개과학센터는 2010~2012년 발표된 세계적인 암 연구 논문 5편을 대상으로 재연(再演) 실험을 한 결과 2편만 원래 논문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대부분 NSC 논문들이었다. 재연이 되지 않았던 논문 중에는 이미 그 결과를 바탕으로 신약의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것도 있었다.

    과학 논문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공개과학센터는 2013년에도 심리학 분야 최고 학술지 3종에 실린 논문들을 대상으로 100번의 재연 실험을 했는데 논문대로 결과가 나온 것은 39번에 불과했다고 발표했다. 산업계도 과학자들을 의심하고 있다. 독일 제약사 바이엘과 미국의 바이오기업 암젠은 2012년 혁신적인 항암 신약에 대한 논문 53편 중 무려 47편이 재연 실험이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과학 논문의 제1 덕목은 누가 실험해도 같은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한 걸음 더 나아간 새로운 연구가 가능하다. 과학자들이 논문의 인용지수를 자랑하는 것도 이처럼 자신의 논문을 다른 과학자들이 많이 참조해 과학 발전에 기여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과학 선진국인 미국과 유럽에서도 NSC 논문이 무슨 훈장이나 금과옥조(金科玉條)로 통하는 풍조가 만연하면서 무리하게 논문을 쓰는 일이 늘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의 줄기세포 스캔들처럼 실험 데이터를 조작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NSC에 실을 만한 논문을 쓰기 위해 여러 실험 결과 중 그럴싸한 것만 고르거나 우연히 나온 멋진 데이터를 반복 실험하지 않고 그대로 논문에 싣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과학 실험에 변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재연 실험이 늘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고 항변한다. 다른 세포로 실험하면 이전에 없던 문제가 생기고 이를 새로운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일반적인 연구 과정이라는 것이다. 논문을 쓸 때 실험 방법을 정확하게 적지 않아 생긴 오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과학자 대부분은 스스로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네이처가 지난해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전 세계 과학자 1576명 중 90%가 과학 논문의 재연성 위기가 실재한다고 답했다. 70%는 자신이 다른 과학자의 논문을 재연하는 데 실패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상식에 안주하지 않고 권위에 도전함으로써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던 과학 본연의 자세를 가다듬어야 할 때다.

     

     

    기고자 : 이영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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